세계일보

검색

“표정없는 아빠엄마… 내 말 좀 들어주세요”

입력 : 2011-05-19 21:13:52 수정 : 2011-05-19 21:13:52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난해 19살에 숨진 변선진양
대안학교 졸업작품 그림책으로
어른 향한 청소년 메시지 담아
“오늘 행복해야지 내일도 행복하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불행한 오늘을 참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인내’하라고 말하는 것은, 왠지 답답하다. 인내하는 과정 또한 행복해야 한다.”

故 변선진양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진 열아홉살 소녀가 남기고 간 말이다. 지난해 대안학교인 금산간디학교를 마치며 졸업작품으로 제출한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의 출판 확정 소식에 날 듯이 기뻐하던 변선진(당시 19세)양은 지금 이 세상에 없다. 머리가 아파 진찰차 잠시 들른 병원에서 ‘재생불량성빈혈 중증’이라는 병명으로 입원한 지 두 달 만인 작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변양의 졸업작품은 최근 ‘바람의아이들’ 출판사에서 번듯한 그림책으로 태어났다. 전문 작가도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기는 쉽지 않은데, 변양의 그림책은 짜임새 있는 글과 그림 구성, 재치있는 표현과 진지한 메시지가 빛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랑하는 이 세상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어른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었나 봐./ 아무것도 몰라./ 정말로 내가 무엇 때문에 우는지 말야!”로 시작하는 변양의 데뷔작이자 유작이 된 책은 아이의 마음을 표현한 그림책이지만 메시지는 다분히 어른 독자들을 향하고 있다.

대안학교 졸업작품
책은 한 소녀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을 향해 답답한 속내를 하소연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투박하지만 재치있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함께 펼쳐진다. 아이는 피망을 먹는 일, 주사맞는 일, 어둠 속 시계소리, 오밤중에 나타나는 괴물 등 눈에 보이는 두려움의 대상들은 별거 아니라면서 정말로 무서운 건 따로 있다고 말한다.

바로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표정없는 삼촌’, ‘엄마도 아빠도 모두 바빠 텔레비전만 봤던 생일날’,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던 날’, ‘아빠 엄마가 크게 싸우던 밤 온 집에 울려 퍼졌던 아빠의 고함소리’ 같은 것들이다.

제목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는 맨홀에 빠진 아이의 “제발 여기 좀 봐주세요!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라는 간절한 바람에서 나온 반어적 표현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고윤정 '깜찍한 볼하트'
  • 오마이걸 효정 '사랑스러운 하트 소녀'
  • 신현지 ‘완벽한 비율’
  • 노정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