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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출입기자들이 애용하는 서초동 중국식당은 번개처럼 빠른 배달을 자랑한다. 주문한 지 5분도 안 돼 오토바이 헬멧을 쓴 배달원이 문을 두드린다. 마치 바람을 가르는 중국영화 주인공 같다. 그 덕에 배달원은 TV에까지 소개됐다.
속도전에선 이명박 정부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듯싶다. 정부는 8일 열린 첫 서민생활대책 점검회의에서 퀵서비스와 택배 기사에게 산재보험 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놨다. 이 대통령이 택배회사를 찾아 박스를 나르는 요란을 떤 지 보름 만이다.
너무 성급했던 탓인지 뒤탈이 생겼다. 택배 기사들이 “우리 가슴에 대못 박는 일”이라고 야단이다. 퀵서비스 시장 합리화는 제쳐둔 채 기사들에게 보험료 부담만 안겼다는 것이다. 환자를 살리려고 만든 처방이 되레 병을 도지게 만드는 꼴이다.
‘빨리빨리’ 문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세계인들이 깜짝 놀란 ‘한강의 기적’에 기여한 공이 적지 않다. 나쁜 유산도 남겼다. 부실공사로 한강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진 게 대표적인 예다. 앞만 보고 너무 빨리 달린 까닭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슬로시티 바람은 이런 반성에서 나온 움직임일 터이다. 가장 먼저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남 신안 증도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오랜 시간 바람과 햇볕만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탄생한 천일염은 영양과 효능에서 기계공정으로 대량생산한 정제염과 비할 바가 아니다.
임상실험조차 거치지 않은 돌팔이 처방은 환자 생명을 위협한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탁상에서 후딱 해치우려는 나쁜 버릇이 문제다. 아무래도 국무위원들이 천일염 단체체험이라도 해야 할 모양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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