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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강국이자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40). 병환 중인 국왕의 일곱 번째 아들로 왕위 계승자이자 총리, 정치안보위원장, 경제개발문제위원장,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 회장을 겸직하며 나라를 이끈다. 홍해 연안에 개발 중인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방한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국제적 명사다.
영어 약칭 ‘MbS’로 불리는 왕세자는 젊은 계몽군주와 잔인한 도살자의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야누스적 행보를 보이는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종교 경찰 권한 제한, 여성의 운전면허취득 허용, 여성가수 공개콘서트 최초 개최, 전자상거래시스템 도입 등 왕국의 변화를 도모하는 개혁의 설계자로 찬사를 받는다. 거꾸로 국제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던 반체제 저널리스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비롯해 반정부 인사, 여성운동가, 정적 등에 대한 숙청, 고문, 감금, 살해의 배후로 지목된다.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해 한때 고립 위기에 몰렸으나 석유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힘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논리를 과시하기도 했다.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pariah)로 만들겠다던 세계 최강국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유가가 급등하자 관계 회복을 타진하며 무릎을 꿇었다. 바이든이 인권 경시 논란에도 석유 증산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몸소 사우디를 방문했으나 왕세자는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독자외교 노선을 걸으며 중·러와의 관계를 급진전시켜 미국의 애간장을 녹이기도 했다. 미국은 사우디에 사실상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었다.
왕세자의 광폭 행보가 다시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미·러의 수감자 교환 협상을 왕세자가 도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후 시기는 밝히지 않으면서 “우리는 아마도 사우디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러 관계 개선 막후에 왕세자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국제질서를 움직이는 것은 도덕도 명분도 아닌 실력, 즉 힘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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