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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에 물든 이천 설봉호 호젓한 호숫길

입력 : 2011-11-05 00:37:27 수정 : 2011-11-05 00: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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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
쌀·도자기 세계적으로 유명
주말이다. 아이들이 아빠 엄마 눈치를 보며 카메라를 매만진다. 떠나고 싶다는 신호다. 하지만 생활 피로에 찌든 부모는 선뜻 발걸음이 내키지 않는다. 고속도로마다 자동차로 주차장을 이루고, 유원지마다 인산인해라 가족 나들이 한번 갔다 오면 피로가 더욱 누적되기 때문. 이럴 때 갈 만한 적당한 곳이 경기도 이천이다. 수도권은 물론 강원도, 충청도에서도 1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고 볼거리가 많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주말에도 붐비지 않는다.

수도권과 강원권, 충청권을 잇는 교통 요지에 위치한 ‘이천(利川)’이란 지명은 고려 태조 왕건과 인연이 깊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936년 왕건이 후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나섰다가 이천의 젖줄 복하천에서 큰 홍수를 만나 곤란에 처했을 때 고려 외교가 서희의 선대조 서목의 도움으로 무사히 내를 건너 천하를 도모하였고, 후일 왕건이 이를 고맙게 여겨 주역의 ‘이섭대천(利涉大川·내를 건너 이로웠다)’ 고사를 인용, 앞글자 利와 뒷글자 川을 따 이천으로 명명한 데서 유래한다.

역사적으로 백제 땅이었지만,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지정학적 가치로 인해 고구려와 신라가 눈독을 들이면서 늘 삼국의 각축장이 됐다. 따라서 이천을 차지하는 나라가 곧 한반도의 주인이 됐다. 남한강 지류인 복하천과 청미천이 흘러 땅이 비옥하고 구릉과 평지가 발달해 조선 성종 때(1491)부터는 임금께 진상하는 쌀을 생산했다. 그 외에도 당도 높은 복숭아와 산수유 산지로 유명하고, 도자기는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최근엔 알칼리성 천연온천과 골프장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볼거리·즐길 거리·살 거리·먹을거리가 조화를 이룬 가족 나들이를 위한 맞춤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역량이 인정돼 지난 7월엔 국내 최초로 ‘유네스크 창의도시’로 지정됐다.

맛과 품질이 좋아 임금께 올리던 진상미로 유명한 ‘임금님표 이천쌀’을 생산하는 이천 들녘이 노랗게 익었다.

이천엔 어디서나 보이는 설봉산(394m) 자락에 자리한 아름답기 그지없는 설봉호를 비롯해 도드람산 삼봉, 설봉산 삼형제바위, 설봉산성, 산수유마을, 반룡송, 안흥지 애련정, 노성산 말머리바위, 이천도예촌 등 이천 9경이 있다.

경기도 이천 관광의 중심지인 설봉호의 장관.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앞두고 조성된 설봉호는 인근 설봉공원과 더불어 이천 주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들에게도 휴식과 희망을 주는 도심 속 명소다. 세계도자기엑스포와 이천쌀문화축제 등 이천의 크고 작은 행사들이 대부분 이곳에서 개최된다. 호수에 비친 은행나무 가로수들이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2001년 세계도자기 엑스포를 위해 특별 조성된 설봉호는 이천 주민들에겐 축복이다. 비록 인공 호수이긴 하지만 99.174㎡(약 3만평)의 면적에 둘레가 1.05㎞에 달해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호수 안에는 높이 80m나 치솟는 고사분수가 무지개를 만들어 내고, 세계 각국 유명 작가들의 조각 작품들로 빼곡한 설봉국제조각공원이 호수를 에워싸고 있어 사진동호인들에게 단연 인기 만점이다.

도드람산 삼봉과 설봉산 삼형제바위엔 효자들의 전설이 담겨 있어, 가족 나들이 하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딱이다. 4세기 중반 한성 백제시대 때 축조된 석성인 설봉산성(사적 423호)은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 김유신 장군이 작전을 세운 곳이라는 설명이 귀에 들어온다.

설봉산의 삼형제바위. 호랑이에게 쫓기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삼형제가 동시에 절벽에서 뛰어내리다 바위로 굳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산수유마을은 봄이면 노란 꽃으로, 가을이면 탐스러운 새빨간 열매로 장관을 이룬다. 산수유마을 바로 옆에는 하늘로 오르기 전 똬리를 트는 용의 형상을 한 천연기념물 제381호 반룡송(蟠龍松)이 눈길을 끈다. 신라말 풍수의 대가였던 승려 도선이 지목한 전국의 다섯 명당 중의 한 곳에 심은 나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애련정(愛連亭)은 조선 세조 12년(1466)에 부사 이세보가 중건하고, 영의정 신숙주가 이름을 지은 정자로 우아한 단청이 연못 정취와 어울려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영락없이 말의 머리를 닮은 말머리바위에 우뚝 서면 멀리 안성, 일죽, 여주, 양평은 물론 충북 감곡까지 한눈에 보인다. 도예촌은 맥이 끊긴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전통 도자기 제작 기법을 재현한 곳으로 우리 민족의 예술혼이 살아 숨 쉰다.

이천에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마. 도자기는 쌀과 함께 이천을 대표하는 특산 명품이다.
이천에는 이 밖에도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625∼702)가 창건했다는 영월암(映月庵·향토유적 14호)과 영월암 대웅전 뒤쪽의 커다란 자연 암석을 다듬어 바위면 전체에 조각한 영월암 마애여래입상(보물 822호), 신라 선덕여왕 7년(638)에 해호선사가 창건한 영원사(靈源寺) 등 전통사찰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원로 소설가 이문열의 집필실인 부악문원(負岳文院)도 이천에 있다.

또한 사단법인 이천농촌나드리(www.2000green.com)가 통합 관리하는 6개의 체험마을과 15개 체험농장이 가족 단위 관광·교육 체험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자채방아마을은 세종대왕의 맏형인 양녕대군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트랙터를 타고 황금 들판부터 메타세쿼이아 숲까지 트레킹하며 다양한 농촌전통체험을 즐길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다.

이천=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여행정보

◆교통 △자가용=중부고속도로 서이천IC, 영동고속도로 이천IC, 수원·용인방향은 42번 국도, 성남·광주방향은 3번 국도 이용 △대중교통=인천국제공항여객터미널(2시간), 강남터미널(60분), 동서울터미널(60분), 인천시외버스터미널(90분), 성남시외버스터미널(60분), 수원시외버스터미널(60분)→이천터미널

◆식당=가마솥이천쌀밥집(031-633-8816), 이천쌀밥집(634-4813), 임금님쌀밥집(632-3646), 청목(634-5414), 한정식 지원(632-7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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