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석달내’ 美에 요구…민주 지도부 “실망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를 방문해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 여야 지도부에게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 동의하고 한·미 양국 정부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재협상하도록 권고하면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책임지고 미국을 설득하겠다”며 “나라를 위해, 민족과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부끄럽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최금락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의 당초 입장을 이 대통령이 직접 확인하는 형태로 야당에 제안한 것이다. 한·미 FTA 협정문 및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합의서명한 교환서한에 따르면 ISD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서비스투자위원회의 첫 회의는 발효 후 90일 이내에 열도록 규정돼 있다.
“부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한·미 FTA에 강하게 반발하는 민주노동당 등과의 야권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이 쉽게 동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여당의 단독처리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거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비준안 처리에 여야 간 극적 합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은 국회 방문에서 ISD 폐기를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 “이 문제는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다 통과된 사안”이라며 “내가 나라를 망치려는 게 아니지 않으냐. 민주당 요구대로 ISD를 없애려면 국내에서부터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ISD 폐기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을 받으라는 요구에 대해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요구하면 미국이 응해야 하는 협정 조항이 있는데 미국이 허락해 달라고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맞지 않다”며 “왜 야당에서는 미국 대통령만 믿느냐, 한국 대통령을 믿어야지”라고 반박했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야당을 압박하고 일방처리 순서 밟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 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ISD에 대한 재협상 약속이 없을 경우 대통령 면담에 불참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면담에 참석했다.
김청중·박성준·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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