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DSLR 사진촬영이 취미인 직장인 A씨(32·男)는 지난주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 근교로 단풍구경을 갔다. 단풍전경도 담고, 여자친구 사진도 실컷 찍을 요량으로 카메라 바디와 망원렌즈, 표준단렌즈(일명 여친렌즈)를 챙겨 떠났지만 삼각대 등 액세서리까지 합세해 장비는 곧 짐이 되었다.
장비도 들어야 되고 손도 잡아야 하니 손이 세개가 아닌게 원망스러웠다. 여자친구와 만나면서 처음 DSLR을 가져왔는데 사진 좀 찍으려다가 데이트도 제데로 못하고 사진은 사진대로 찍기 어려운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 모든 이의 욕구를 채워줄 수는 없어
비싸고 무거운 것이 꼭 좋지만은 않다. 더욱이 여자친구와 놀러 간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 어디 그러한가. 좋은 사진을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및 기타 SNS에 올리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렌즈제조 카메라회사에서 기가 막히게 충족 시켜주고 있다.
더 가볍고 더 밝으며 더 선예도도 높지만, 가격은 비싸지는 현상. 이를 위해 마니아들은 얼마 안되는 월급 중 상당액을 몇 번의 고민 없이 선뜻 지출하기도 한다. 가볍고 밝고 선예도도 좋고 심도표현도 잘되면서 각종 렌즈의 기능을 다 가지고 있으며, 이미지 센서 크기 또한 커야 하며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상은 불가능하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 전문가와 콜렉터의 경계
우선 현실적으로 카메라의 필요성 여부 먼저 판단해야 한다. 이 장비가 꼭 필요한 것인가. 이 렌즈가 꼭 필요한 것인가. 이 렌즈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 렌즈제습 보관함까지 꼭 있어야 하는가. 만약 당신이 가볍게 화질 좋은 카메라, 기본기능에 충실한 카메라를 찾는다면 어렵지 않다.
대표적으로 이런 카메라가 있다. 올림푸스에서 출시된 XZ-1이라는 기종을 보자. 컴팩트디카, 하이브리드디카, DSLR카메라를 통틀어서도 최상위급 밝기를 가진 렌즈가 탑재됐다. 밝기가 자그마치 F1.8~2.5사이다. 이는 거의 단렌즈수준. 초점거리는 28mm광각부터 112mm망원까지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 렌즈 밝기와 화각이 받쳐주니 요즘 유행하는 여친렌즈 뺨을 때리고도 남는다. 하지만 가격은 딱 여친렌즈 수준 정도.
이미지 센서 또한 1/1.63 CCD로 콤팩트 디카치고는 비교적 큰 사이즈. 이 이미지센서를 처리하는 엔진이 기존DSLR에만 쓰였던 ‘TruePic V’이다. 이 엔진을 채택함으로 인해 드라마틱모드 등 후보정이 필요 없는 다양한 필터 사용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DSLR용 ‘ZUIKO’렌즈로 출시되었다.
■ 고기는 씹어야, 사진은 찍어야 제 맛
일부는 카메라를 자기과시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호회나 블로거에 신제품이 출시되는 즉시 구입해 리뷰를 올리고 댓글과 추천을 받는다. 댓글과 추천을 받고 카드명세서를 받는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과시욕도 좋고 자랑도 좋지만 그전에 우리는 카메라가 가진 목적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볼 필요가 있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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