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 성적위조 들켜 체벌 받을까 겁나” 범행 고교 3학년 우등생이 ‘전국 1등’을 강조하는 어머니의 강요를 이기지 못해 결국 친모를 살해하고, 시신을 반 년 넘게 집에 방치한 패륜 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이 학생은 살해 후 공업용 본드로 시신이 보관된 방을 밀폐하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라면을 먹기도 하는 등 수법과 대담성이 성인 범죄 못지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학벌중심 사회와 대화 및 소통의 단절로 빚어진 비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A군은 지난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태연히 치르고 3등급 정도의 우수한 성적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경찰에서 “어머니가 ‘학부모 방문의 날’인 다음날 학교에 오기로 돼 있었는데 모의고사 성적표에 전국 4000등을 한 것을 62등으로 고쳐 놓은 게 들통나면 무서운 체벌을 받게 될까봐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 A군은 체벌이 두려워 성적표를 컬러 복사하는 방법으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적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의 담임교사는 “A군은 1학년 당시 각 과목에서 1∼2등급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으나 점차 성적이 떨어져 3학년에는 중위권에 머물렀다”며 “특히 3월 이후 결석을 많이 해 A군을 여러 차례 상담했는데, 어머니는 해외여행을 갔고 자신과 갈등이 심해 따로 살기로 했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범행 전날에도 B씨는 62등으로 위조한 성적표를 보고서도 A군에게 “더 잘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10시간에 걸쳐 체벌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B씨는 A군에게 “서울대 법대를 가라”, “전국 1등을 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고, 성적이 떨어지면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또 시신이 보관된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해 냄새가 밖으로 새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그러나 범행 후 어머니가 계속 꿈에 나왔다며 울며 자백하는 등 죄책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택 관리인은 “여름에 항상 베란다를 활짝 열어놓거나 집 안에서 불을 피우고 벽에 칼 같은 쇠붙이를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최근 여자친구까지 자주 들락거렸다”고 전했다. A군의 범행은 B씨와 별거하던 아버지가 수능을 마친 아들을 보러 1년 만에 집에 들렀다가 문을 열지 않으려는 A군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면서 들통이 났다.전문가들은 학벌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성적을 둘러싼 부모 자식 간의 갈등, 이로 인한 소통 부재가 패륜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른교육권 실천행동 대표인 김기수 변호사는 “입시경쟁 그 자체도 문제지만, 공부에만 내몰리는 상황에서 정신적인 문제가 초래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서지희·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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