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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 하나로 나쁜 기억 지우는 미래사회

입력 : 2011-12-16 21:06:12 수정 : 2011-12-16 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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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지 스미버트 지음/강효원 옮김/한겨레틴틴/1만원
메멘토 노라/앤지 스미버트 지음/강효원 옮김/한겨레틴틴/1만원


청소년 소설의 범주를 미성년 대상의 성장소설로 경계 지어온 많은 작가와 독자에게 긴장감을 선사하는 수작이다. 알약 하나로 손쉽게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미래 첨단 사회를 배경으로 한 ‘메멘토 노라’는 현대 소비지상주의 사회에 통렬한 비판과 문제의식을 던진다.

테러가 일상화된 미래, 사람들은 보안장치가 설치된 안전한 주택단지에 ‘감금’되듯 살며, 안전한 자동차 서비스 없이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테러의 공포를 잊기 위해 사람들이 개발한 방법은 TFC(기억상실 클리닉). TFC에서 알약 하나만 삼키면 나쁜 기억이 말소되는 미래 사회의 풍경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엄마도 마치 막 TFC(기억상실 클리닉)를 다녀온 것처럼 기분이 좋아져, 돈을 쓰는 데 너그러웠다. 엄마와 나는 메이시 백화점에서 끈 달린 샌들을 사고, 베르그도르프 백화점에서는 귀여운 가죽 재킷을 샀다. 그러고 난 우리는 파렌하이트 서점으로 가 커피를 마시고 엄마가 읽을 새 로맨스 소설을 한 권 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파렌하이트 서점 맨 위층에 있던 ‘역사와 고전’ 코너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부모 밑에서 풍족한 소비생활을 누리던 주인공 노라는 뜻하지 않은 폭발사고를 목격한 후 자신이 누렸던 행복의 실체를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잊고 이전처럼 행복한 듯 사는 것과 진실을 기억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책은 약을 삼키는 대신 ‘아픈 진실’을 대면하며 알리려고 노력하는 노라와 친구들의 위험한 여정을 그린다.

노라의 모험 속에서 “소비는 우리의 자유”라며 소비를 조장하는 정부와 거대기업의 음모, 사생활 침해와 빈부계급화 문제, 폭력적 현실을 잊기 위해 소비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 이곳의 풍부한 알레고리다. 노라가 안전한 문 뒤에서 나와 이제껏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고 보이지 않았던 세계에 눈떠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버지니아 공대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오랫동안 일한 앤지 스미버트의 첫 장편소설 ‘메멘토 노라’는 2011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 도서, 청소년문학협회 선정 2012최고의 청소년 소설 후보에 올랐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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