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ㆍ고교 내 폭력서클 정도로 알려졌던 `일진'의 폐해가 초등학교까지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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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방학 중인 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친구들의 괴롭힘에 의한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특히 A교 학생의 48.0%는 "`일진'을 보면 두렵다"고 말해 초등생들이 일상적으로 `일진'한테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교육연구소 측은 "`일진'들은 교실과 학교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장 높은 서열을 차지하고 학교 폭력을 주도한다"며 "대부분의 학교에 `일진'이 존재하며 이는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일진' 문제가 충북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 단체의 조사 과정에서 개인상담 등을 통해 드러난 `일진'의 악행과 일탈 행위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5학년 아영이(이하 가명)는 서클렌즈를 끼고 잘난 척했다는 이유로 6학년 `일진' 언니들에게 전화 협박을 받고 같은 반 아이들에겐 따돌림을 당했다.
한 여중 2학년 교실에서는 `일진' 한 명이 수업시간에 마스크 팩을 하다가 교사의 지적을 받자 욕설을 퍼부으며 팩을 창문 밖으로 내던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우연히 `일진'이 된 6학년 수정이는 "언니들에게 삥(돈) 뜯기고 알(휴대전화)도 빼앗기고 노래방 불려다니느라 공부도 손을 놔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리 그룹에서 한동안 왕따였는데 그땐 정말 자살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6학년 우혁이는 "중학생 형들한테 10여 차례 상납 요구를 받아 7번에 걸쳐 2만5천500원을 줬다"면서 "돈이 없으면 `물갈이(후배를 길들이는 집단구타)'를 하겠다며 명치를 때리기도 했지만 보복이 무서워 집에는 얘기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타지에서 대안학교로 전학을 온 준혁이는 무조건 구타만 하는 신고식, `1짱 가리기', 초등학교 저학년 `삥뜯기'와 상납, 도둑질과 음주ㆍ흡연 교육, 성행위까지 벌어지는 `일락(1일 락카페)' 등 `일진' 때 기억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교육연구소 측은 "사정이 이런데도 전국의 교육청과 경찰 등 관계 당국은 안이하게 대응하거나 축소,은폐하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성토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초등학교 3~4학년 때 `일진'을 알고, 5~6학년 때부터 `일진'에 가입한다는 것이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태조사를 한 뒤 고강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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