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해체땐 ‘빈털터리 정당’ 각오
총선까지 일정 빠듯… 실현 미지수 탈당 사태까지 낳았던 한나라당 ‘재창당’론이 쇄신파와 수도권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다시 떠올랐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재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쇄신’ 약속에 잠잠하나 싶더니 ‘돈봉투 사건’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재창당론은 ‘한나라당 해체 및 건강한 중도·보수세력 재결집’으로 압축된다.
쇄신파 권영진 의원은 9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재창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제는 정확한 방법론을 가지고 재창당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끝없이 추락하는 한나라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비대위’만으로 돈봉투 사태 후폭풍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전날 회동한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홍준표 전 대표도 재창당 지지의사를 밝혔다. 재창당파 진영은 당명 개정을 비롯해 사람과 조직문화, 당 정책 등 전부를 탈바꿈하는 게 재창당이라고 설명한다. 이날 수도권 친이계 재창당파가 모여 요구키로 한 의원총회가 열리면 이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애물이 많아 재창당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을 없애고 ‘헤쳐모여’할 경우 500억원이 훨씬 넘는 자산이 국고에 귀속되고, 정당보조금도 끊긴다. 빈털터리 정당을 각오해야 한다. 재산을 유지하려면 다른 당과 합치거나 과거 ‘민자당→신한국당’ 모델로 재창당을 해야하는데 신선함과 감동이 없다. 한 의원은 “어떻게든 재창당을 한다 쳐도 창당대회와 공천작업 일정 등이 빠듯해 제대로 된 총선체제를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분열 우려 등으로 박 위원장이 재창당에 부정적인 점도 걸림돌이다. 친박(친박근혜)계 한 핵심 의원은 “재창당은 박 위원장 손으로 한나라당을 깨고 MB(이명박)와 친이계 실세도 내쫓으라는 얘기여서 박 위원장이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근혜 비대위가 재창당에 버금가는 고강도 쇄신을 하도록 믿고 맡기는 게 최선”이라는 재창당 반대 기류도 만만찮다. 한 쇄신파 의원은 “선 쇄신 후 재창당이 나은지 그 반대가 좋은지 논의해보겠다”고 되받았다.
이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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