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식씨 주장은 사실과 달라…왁스와 세라믹 주물사 이용”
97년 원씨가 사업 첫 제안…정부 차원 검증작업 불가피 중요 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이 ‘선림원종’을 전통방식으로 복원한 과정을 기록한 ‘주철장’ 책자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증언 〈세계일보 1월6일자〉이 나온 데 이어 선림원종 제작에 참여한 전문가도 “현대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앞서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된 선림원종에서 현대식 주물에 널리 쓰는 세라믹 성분이 육안으로 확인된 적이 있다. 무형문화재 주철장이 만든 대표 작품이 현대 방식으로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남에 따라 정부 차원의 검증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주철장 원광식씨가 전통 밀랍주조방식으로 복원했다는 선림원종. 현재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돼 있다.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선림원종은 6·25전쟁 때 불타 파손돼 일부만 남아 있다. |
P씨에 따르면 그와 원씨는 1997년부터 신라사람들이 에밀레종 등을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놓고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P씨는 원씨가 범종 복원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어느날 “신라종과 고려종을 복원해 나는 주조로, 당신은 조각으로 인간문화재가 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에 P씨는 국립중앙박물관 지하에 보관 중이던 선림원종 파편에서 문양을 고무로 뜨고, 동국대 총장을 역임한 황수영 박사(2011년 2월 작고)가 건네준 흑백 사진을 바탕으로 3개월 작업 끝에 선림원종 모형을 완성했다. P씨는 ‘용뉴(종 꼭대기 용모양의 장식)는 문헌으로 치수를 확인할 수 없어 상원사종 등을 참고했다”며 “신라종은 대부분 음통이 뚫려 있는데 (선림원종을 조각하면서) 굉장히 어려워 뚫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취재팀이 최근 대전 과학관에 전시된 선림원종을 확인한 결과 음통이 막혀 있었다.
원씨는 P씨가 제작한 석고 모형 위에 현대식 실리콘을 부어 틀을 만들고 주물용 왁스와 세라믹 주물사 등을 이용해 3개월 만에 선림원종을 완성했다. 원씨는 이 방식으로 현재 진천 종박물관에 전시된 것을 포함해 선림원종을 ‘여러 개’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가 P씨(왼쪽부터)가 주철장 원광식씨, 고 황수영 박사와 함께 석고 조각을 놓고 범종 문양을 협의하고 있다. 자료=성종사 발간 ‘한국의 범종’ |
이에 대해 원씨는 이날 기자를 만나 “나는 주물 전문이다. P씨 조각을 내가 돈을 주고 샀다”면서 “(인간문화재 부분과 관련해) 난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철장 책대로 종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난해(10월26일 시연회)에 보여줬고, 내일도 (책에 나온 방식대로 쇳물을) 붓는다. (책대로) 계속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원씨는 최근 깨진 ‘민주의 종’을 땜질해 광주광역시에 납품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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