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효율성 높여 생산비 절감
고급 현장인력 키울 시스템 갖춰야 “이제 농민은 전문 경영인이 돼야 합니다.” 박철선(60·사진) 한국과수농협연합회 회장은 미래에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성이 있으면 가격이 잠깐 오른다고 재배작물을 바꾸는 식으로 시장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품질을 높여서 높은 가격을 창출하고 시장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결국 농업인 스스로 기업인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전문성 결여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문제로 ‘과도한 생산비용’을 들었다. “과일을 예로 들면 농약을 과도하게 치는 대신 딱 필요한 만큼만 치고 필요 없는 영양제는 안 치면 그만큼 비용이 절감됩니다. 그러려면 농민 스스로 전문 경영인이 돼야 하죠.”
박 회장은 “농업에서 유통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이보다는 생산 효율성과 이를 통한 품질 향상이 우선”이라고 했다. “2만원 품질의 농사를 지어놓고 5만원을 받겠다는 기대심리를 가지면 안 된다. 품질을 향상해서 제값을 받겠다는 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그동안 정부의 농업지원이 ‘보호’를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성장을 위한 ‘사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품질 향상을 위한 지식과 전문인력을 키울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농업연구 관련 고급인력이 현장에는 잘 안 온다”면서 “인재 확충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책에 대해 “논의 과정에서 현장 실무자가 참여하지 않아 현실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한·중 FTA에 대해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한·중 FTA와 한·일 FTA는 지금까지 우리가 맺은 FTA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농업인 입장에서 그 FTA는 재앙입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사과가 2300만t인데 한국의 생산량은 40여만t밖에 안 돼요.” 박 회장은 “한·중 FTA 때는 품목별 대표가 참가해 사전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달라고도 주문했다. “농업생산인 단체나 농민들이 정부에 요청한 것 중 정부가 수용하는 것이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박 회장은 “농업이 생명산업이고 안보산업이니 농민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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