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여물부터 끓입니다. 평소엔 콩·보리쌀·소사료·짚·쑥 등이 주식이지만, 경기를 앞두곤 고삼 같은 약초를 비롯해 칡·멸치·한의원에서 보약 달이고 내놓은 십전대보탕 등을 먹입니다. 아침을 먹이고 나면 여섯 시부터 운동을 시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10년을 해온 일이죠. 싸움소의 특성상 하루라도 운동을 게을리하면 바로 표시가 나기 때문에 절대 미루는 일이 없지요.”
부랴부랴 집으로 다시 와 뒤늦게 가슴으로 낳은 어린 두 딸(10살 지혜, 8살 지윤)을 챙겨 학교 보내고, 주업인 미용실 손님 맞고, 다시 소 밥 먹이고 훈련시키고 하면 하루가 뚝딱 지나간다. 그래도 기다려지는 건 소싸움이 있는 주말이다.
안씨는 경상북도 청도에선 ‘안창이 엄마’로 통한다. 안씨가 관리하는 싸움소 ‘안창’이가 2009년 무제한급과의 왕중왕 경기 우승을 비롯해 일반갑종(770∼850㎏)에서 다섯 번의 우승을 일궈낸 이름난 싸움소 덕분이다. 안씨는 안창이 이외에도 강창·일창·덕창, 그리고 아직 이름도 없는 예비 싸움소 1마리 등 모두 다섯 마리를 키우고 있다.
“안창이가 지금 13세인데, 3살 때부터 경기에 나갔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오래 함께 지내니 안창이와 저는 이젠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합니다. 안창이는 주인의 마음을 읽는 재주가 있어요. 경기 도중 힘이 들면 살짝 제 눈치를 봅니다. 힘을 내라고 격려하면 말귀를 알아듣고 최선을 다해 기필코 우승을 따내지요. 한 번은 우승 후 기뻐서 눈물을 흘리니 안창이가 ‘엄마, 그만 울고 사진 찍자’며 방끗 웃으며 포즈를 잡더군요. 머리가 매우 좋은 녀석입니다.”
처음엔 남편 양태근(53)씨가 안창이를 데리고 소싸움에 출전했으나 번번이 지자, 안씨가 고삐를 넘겨받았다. 목소리가 우렁차고 화끈한 성격에다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안씨는 소와 눈을 마주치며 끊임없이 사랑과 교감을 나눈 끝에 안창이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안창이는 1시간30분 거리의 산길을 하루 세 번씩 왕복하고, 돌을 가득 채워 100㎏ 가까운 타이어 끌기 등 고된 훈련을 말 없이 모두 소화했어요. 특히 뿔치기 기술은 안창이를 따라 올 소가 없지요. 출전 안 한 날 관중석에 앉아 있으면 관객들이 ‘뿔질 잘하는 안창이 왜 안 나왔노?’ 하고 아쉬워하는 소리를 자주 듣지요.”
안창이가 화끈하게 싸워 상대 소를 제압하면 관객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는 데 보람을 느낀다는 안씨는 “싸움소는 앞다리가 짧고 목덜미가 잘 발달돼 있고 뿔이 좌우로 뻗어 있으며, 끈기와 근성 그리고 민첩함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도=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