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이번에는 군사활동과 첩보수집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 ‘국방비밀국’(DCS)’이라는 정보조직을 새로 만든다.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비해 미국이 아시아에서 정보활동을 대폭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23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리언 패네타 미 국방 장관은 기존의 DIA 등에서 작전요원을 차출해 아시아 극동과 중동 관련 정보 수집에 주력하도록 하는 첩보인력 재배치안을 승인했다. DCS 신설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신 국방전략의 일환으로 천명한 ‘아시아 중시’ 기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 아프간 전쟁 종전 이후의 국방 전략 초점을 대규모 전쟁에서 기동전으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중동·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 DIA는 미군의 정보활동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DCS 작전요원은 국방비밀국에서 근무하게 된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이 전략적 위험에만 집착한 나머지 현지의 인구학적 복잡성과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반성도 반영돼 있다.
국방부는 CIA와 국가비밀국(NCS)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회의 우려를 의식해 인력을 증강하거나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전쟁상황에 대응한 정보인력 재배치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요원들이 정보를 CIA 지역국장에게도 보고하도록 해 긴밀한 공조 체제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미국 내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DNI는 내부보고서에서 국방부 작전요원과 다른 정보기관 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첩보활동을 전쟁지역인 주요 목표 지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해외 비밀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요원에게 CIA와 같은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군의 해외 비밀조직원들은 승진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아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소속 정보기관을 바꾸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개편 작업은 마이클 비커스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과 CIA 산하 국가비밀활동부(NCS) 책임자가 공동으로 마련했으며, 패네타 장관이 최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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