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된 4개 저축은행의 부실은 회생이 의심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4곳 모두 부채가 자산을 웃돈다. 솔로몬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마이너스 상태였다. 작년 9월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으며 7개월 동안 경영 정상화 노력을 했는데도 상황은 더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구조가 워낙 취약하고, 얼어붙은 부동산경기에 자산매각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탓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6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4개 저축은행은 부실 덩어리였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의 자본은 1801억원이나 잠식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6월 말 1711억원에서 지난해 6월말에는 608억원까지 줄어들더니 6개월 후인 12월 말에는 -1801억원이었다. BIS 비율도 덩달아 나빠져 2010년 6월 말 9.12%에서 작년 12월 말에는 4.35%까지 떨어졌다. 한국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6월 말까지 자기자본이 1000억원에 가까웠지만 반년 만인 12월 말에는 -383억원으로 추락했다. 2010년까지 9%대였던 BIS 비율도 -1%대까지 내려앉았다.
미래·한주 저축은행은 더 심각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작년 6월 말 이미 자기자본이 -1718억원으로 잠식됐으며, BIS 비율은 -16.20%대를 기록했다. 한주저축은행은 작년 6월 말 이미 자기자본 잠식상태에 빠져 12월 말 기준 BIS 비율은 -37.32%까지 추락했다.
이들 저축은행이 부실 늪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부동산 개발에 대규모로 돈을 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탓이다. 2000년대 카드 사태로 소액 신용대출 부실이 커지자 너도나도 뛰어든 고위험·고수익 PF 대출이 ‘부실 사태’로 돌아왔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PF 대출 잔액 4744억원 중 30.2%가 부실채권으로 분류됐다. 미래저축은행은 2936억원의 42.1%, 한국저축은행은 2039억원의 34.5%가 부실로 드러났다. 소형인 한주저축은행은 8억원 중 27.6%가 부실대출이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영을 정상화하자면 자산부터 매각해야 하는데 부동산경기 침체 속에 자산매각의 통로가 막히고, 결국 재무구조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내 돈 내놔라” 저축은행 4곳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본점을 찾은 한 고객이 통장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들 저축은행과 거래해온 예금자들의 피해는 얼마나 될까. 솔로몬, 한국, 미래, 한주 저축은행에 맡겨진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을 웃도는 예금은 4일 현재 약 121억원이다. 여기에는 법인예금이 빠져 있다. 후순위채권 투자액은 2246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1·2차 구조조정 때와 비교하면 5000만원 초과 예금액은 크게 줄어든 규모다. 이들 예금자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솔로몬저축은행은 5000만원 초과 예금자 수가 다른 3개 저축은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영업정지 저축은행 전담 상담센터와 후순위채 불완전판매 신고센터를 통해 서민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예금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주주와 경영진 등 부실 책임자의 재산을 추적·환수해 파산배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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