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씨 자살 무게
김씨는 지난 24일 자신이 머물던 홍콩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평소 하루 3∼4차례 통화를 하던 김씨와 갑자기 연결이 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홍콩으로 건너가 현지 경찰과 함께 호텔에 들어가 김씨가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유족들은 현재 김씨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유족은 "김 전 이사장의 건강이 최근 좋지 않았다"며 "자살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정확한 사인은 28일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김씨가 자살한 것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김씨의 방에서 유서를 발견한 뒤 사본을 가족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또 김씨의 방에 외부 침입흔적이 없다는 점 등으로 미뤄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초 블로그 주인은 김찬경 회장 협박범(?)
충북경찰청은 김씨가 19대 총선 직전인 지난 4월 새누리당 정우택(청주 상당) 의원의 성추문 인터넷 유포에 연루된 혐의를 확인한 뒤 1차 소환조사를 벌였다.
정 의원측은 3월15일 인터넷 블로그 사이트인 '크라임 투 길티(crime2guilty)'에 "정우택 후보가 충북지사 재직 시절인 2007년 제주도에서 경제 관련 단체 회원들로부터 골프 접대와 성상납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실리자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고 수사의뢰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김씨의 페이스북 계정에 문제의 블로그가 연동된 사실을 발견하고 소환조사를 벌였으나 김씨는 '해킹당했다'고 주장하며 1차 조사를 마친 후 해외로 출국, 홍콩에서 체류했다.
경찰은 김씨가 귀국하지 않자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귀국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이 최근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이모(43·구속)씨가 '크라임 투 길티'에 8차례나 김 회장을 협박하는 글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김 회장의 부탁으로 회사명의를 대여해 160억원을 대출받게 해 준 뒤 이를 빌미로 '크라임 투 길티'에 김 회장을 협박하는 글을 올린 뒤 3억8000만원을 뜯어낸 혐의(공갈)다.
경찰은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검찰의 협조를 받아 '크라임 투 길티'개설자가 이씨인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3월15일 정 의원을 비난하는 글이 이 블로그에 올라온 다음날 곧바로 김씨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연동됐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경찰 조사당시 "내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앞으로 이씨를 상대로 그가 블로그 최초 개설자인지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블로그 개설자인지를 확인하면 사건은 쉽게 풀 수 있지만 반대로 이씨가 블로그 개설과 무관하다면 수사는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라임 투 길티' 정치권과 연관있나
지난 3월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정 의원과 관련된 글이 올라오자 지역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당시 유력후보였던 정 의원측이 그의 캠프에서 일하던 참모 등 3명을 성추문 유포혐의자로 지목해 고발하자 피고발자들이 맞고발하는 상황이 전개됐고, 민주통합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정 의원의 후보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서울특별시 대변인과 경쟁력강화추진본부 본부장을 지낸 뒤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서원학원 이사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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