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극복 생활상 묘사
![]() |
신동경 글/노정아 그림/웅진주니어/1만원 |
“우리 조상은 어떻게 더위를 피했을까.”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덥다고 투덜대면서도 한 번쯤 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에어컨이 있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맞을 수 있고, 냉장고 문만 열면 시원한 빙과류와 음료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명의 이기(利器)가 없었던 시절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나름의 피서법으로 여름을 날 수밖에 없었다.
‘더위야 썩 물렀거라’는 조상들의 여름나기 비법을 엿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체면과 체통을 중시하며 여름을 나는 양반 김 생원과 체면보다는 몸이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고 싶은 마당쇠 길동이의 여름나기 대결을 재밌게 그리고 있다.
한여름의 더위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었겠지만 더위를 피하고 식히는 방법은 신분별로 차이가 있었다. 양반의 여름나기는 ‘더위 피하기’였다. 양반들은 사랑방 옆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무더위를 달랬다. 대나무나 왕골로 만들어 차가운 감촉을 지닌 죽부인을 옆에 끼고, 삼베 옷 속에 옷감이 살갗에 닿지 않게 하는 등거리와 등토시를 걸쳐 바람을 솔솔 통하도록 했다. 또 부채를 이용해 햇볕을 가리고 바람을 만들어 더위를 식혔다.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양반들은 아무리 덥다고 해도 길동이처럼 훌훌 옷을 벗어던지거나 물속에 뛰어들지 못했다. 대신 몸과 정신을 다스려 더위를 났다. 수반에 돌과 물을 채워 작은 호수를 만들고 석창포를 심어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기도 했고, 발을 물에 담그고 시를 읊으며 산수를 즐기는 탁족회를 갖기도 했다.
이에 반해 서민들의 여름나기는 ‘더위 쫓기’였다. 계곡으로 나가 물고기를 잡고 천렵을 즐겼다. 계곡과 바다로 찾아가 모래찜질을 즐기고 폭포를 맞기도 했다. 서민들은 체면보다는 더위의 열기를 식히고 시원하게 한판 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쫓았다.
![]() |
유둣날의 풍속도. 여인들은 더위를 쫓기 위해 개울물에서 머리를 감고 있으며, 남정네들이 이를 몰래 훔쳐보고 있다. |
책 속의 물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장면은 풍속화 ‘계심어비도’의 한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해 놓은 것 같다. 유둣날을 맞아 머리를 감고 있는 여인들을 훔쳐보는 장면도 여름철 풍속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덥다고 짜증내고 불평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슬기롭게 이용한 옛 사람들의 지혜를 보여줄 수 있는 책이라 할 만하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