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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열전 8일… 우린 행복했습니다

입력 : 2013-02-06 09:57:42 수정 : 2013-02-06 09: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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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평창 스페셜올림픽
뇌 90% 잘라내고도 애국가… 시각·청각 크게 떨어지지만 땀과 열정으로 큰 울림 남겨
봉사자·재능기부자 함께해 편견 깨는 축제의 장으로… 다음 대회는 LA에서 열려
시상대 꼭대기에 선 아들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아버지, 아들이 질주하는 설원 트랙의 외곽을 함께 뛰는 어머니, 사연을 얘기하다가 목이 메는 부모들…. 성취의 감동 뒤에는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돌보는 부모들의 헌신과 희생이 묵묵히 자리 잡고 있었다. 숱한 화제와 뭉클한 감동 스토리를 전한 지구촌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체육·문화·인권 축제인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전 세계 106개국의 선수단 3300여명은 5일 강원 평창 용평돔에서 열린 폐회식에서 석별의 정을 나눴다. 폐막식에 앞서 개리스 데렉 코윈(맨섬)의 추모식이 진행됐다. 코윈은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지난달 30일 지병이 악화돼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지적장애인 핸드벨 연주단인 소리샘벨콰이어가 ‘도레미송’으로 폐회식의 시작을 알렸다. 나경원 대회 조직위원장과 티머시 슈라이버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SOI) 위원장은 “모두가 승리자”라며 선전을 축하하고 폐회를 선언했다.

뒤이어 지적장애인 기타리스트 김지희씨가 감미로운 연주를 선사했다. 연주가 끝날 무렵 여드레 동안 빙판과 설원을 밝힌 성화가 서서히 사그라졌다. 차기 대회인 로스앤젤레스의 모습, 그 지역 다저스 야구단에 최근 입단한 투수 류현진의 사진 등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며 스페셜올림픽기가 평창 대회 조직위에서 로스앤젤레스 대회 조직위로 건너갔다.

폐막식 뒤 진행된 뒤풀이에서는 ‘피겨 여왕’ 김연아와 ‘피겨 전설’ 미셸 콴(미국)이 합동공연으로 대회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축하했다. 머라이어 캐리의 발라드곡 ‘히어로’에 맞춰 두 스타가 펼치는 우아한 연기에 이어 이번 대회 피겨 출전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함께 아이스쇼를 펼쳤다. 국내 정상급 가수들의 열정적인 공연이 뒤를 이었다. 평창 스페셜올림픽의 대미는 모든 참석자들이 ‘강남 스타일’에 맞춰 추는 집단 말춤이 장식했다.

이번 대회는 장애 극복과 재능 발견의 체육·문화행사였다. 가족, 복지시설과 함께 지난한 훈련으로 사회적 재능을 발견한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은 적지 않은 감동을 안겼다. 이들의 사연은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는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생사의 고비를 극적으로 넘기고 운동선수나 예술가로 성장한 장애인들은 극복기 자체가 감동을 안겼다.

최경재씨는 영아 시절에 뇌 기능이 떨어져 시각, 청각 신경이 심하게 훼손됐으나 꾸준한 운동을 통해 국가대표 플로어하키 공격수로 성장했다. 박모세씨는 뇌의 90%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고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장애를 모두 지녔다’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노래 재능을 발견해 발전시킨 결과 개회식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등 성악가로서 새 삶을 열었다.

엘리트 선수에 못지않은 경기력을 선보여 이번 대회에서 스타덤에 오른 선수도 있었다. 현인아는 비장애인 선수와 비슷한 주법을 과시하며 여자 쇼트트랙에서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예쁜 외모 덕분에 ‘얼짱스타’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포스터에 등장하는 등 대회의 홍보선수 역할도 맡았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선수단과 함께 자원봉사자, 재능기부자 등이 더해지면서 참여자의 폭이 더욱 확대됐다. 선수뿐만 아니라 참여자 모두를 주인공으로 삼자는 게 대회 취지였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결의대회의 장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회의 메시지는 지난달 30일 글로벌 개발 서밋에서 압축적으로 설파됐다. 세계 지도자 300여명은 이 회의에서 논의 결과를 담아 ‘평창 선언문’을 채택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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