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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지음/경인문화사/3만5000원 |
‘해방 후 조선어학회·한글학회 활동 연구(1945∼1957년)’로 성균관대 사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방송인 정재환(51)씨의 논문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한글의 시대를 열다’는 해방 직후 한글학회의 노력에 천착한 결실이다. 한글학회와 전신인 조선어학회는 민족어인 한글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교육현장을 지키며 한글세대의 출현을 도왔다. 한글세대 출현으로 일상생활과 교육현장은 물론 행정체제에서도 한글 사용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한글시대의 도래는 대한민국의 급속한 정치·경제적 성장의 모태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곳이 한글운동의 중심체였던 한글학회다. 한글학회는 한글강습회 개최, 국어교사 양성, 교과서 편찬 등으로 한글 교육을 강화했다. 그런가 하면 민족어와 민족정신 회복의 장치로 ‘우리말 도로 찾기’에 매진했다. 민족적 사업의 완수였던 ‘큰사전’은 한국어의 보고다.
한글학회는 시간적 단절은 물론 공간적 단절도 막았다. 남북 언어가 그나마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한글학회 출신 학자들의 노력이 있다.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에 참가했다가 북한에 잔류한 이극로 등의 공이 특히 컸다. 이들이 조선회학회의 민족주의적 언어관에 입각해 북한의 언어정책을 수립함으로써 남북 언어가 통일성을 유지했다. 해방 후 조선어학회와 한글학회가 전개한 한글운동의 결과 언어생활에 혁명이 일어났고, 한글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정보·문화사회의 토대가 구축됐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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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씨 |
노력한 만큼 개인적 보람과 사회적 의미도 있다. 졸업식 당일 지인 100명과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연 그는 “방송 발전, 사회 발전, 한글 발전, 나라 발전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간 얻은 경험담을 방송계 선·후배는 물론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소망도 드러냈다. 개그맨에서 방송 사회자, 우리말 지킴이, 학자로 발전적 변화를 거듭하는 그의 행보는 노력하고 배우는 방송인상을 정립하고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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