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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에는 “페니를 발견해서 주우면 행운이 따라온다”는 속설이 있다. 미국의 1센트짜리 동전인 페니 앞면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초상이 새겨져 있다. 길에 페니가 떨어져 있어도 링컨이 보일 때만 좋은 징조라고 여기고 뒷면이 보이면 줍지 않는다. 페니는 결혼식 때 신부의 신발 안에 넣기도 하고 시험장으로 향하는 수험생들 주머니에 넣기도 한다. 사고 예방 차원에서 차에 보관하는 이들도 있다. 이 모두가 숫자 1이 새로운 시작과 행운을 상징한다는 믿음과 관련이 있다.
페니의 유래는 8세기 후반 잉글랜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으로 만들어진 페니가 최초로 유통됐다는 기록이 있다. 페니는 중세에도 사용되다 대영 제국 시절 영국 식민지로 퍼져 나갔다. 미국 최초의 페니는 독립 이후 1793년 필라델피아 조폐국이 주조했다. 당시 페니 앞면에는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태양과 해시계’가 디자인됐다. 링컨의 초상이 들어간 페니는 1909년 링컨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미국 동전에 인물 초상이 들어간 건 ‘링컨 페니’가 처음이다. 이후 페니의 디자인은 여러 차례 변경됐지만 링컨 초상은 변함 없이 유지됐다. 미국민들의 링컨 사랑 덕분이다.
페니는 미국 동전 중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주화다. 그런데 주조 비용이 액면가보다 높고 사용 빈도가 낮아지다 보니 페니를 그만 만들자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런 이유로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는 이제 페니를 더 이상 주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페니가 사라지면 가격이 반올림되면서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동전 거래가 많은 저소득층에 피해가 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링컨 페니는 화폐를 넘어 문화재의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너무 오랫동안 2센트 이상의 비용이 드는 페니를 주조해왔다”며 재무부 장관에게 페니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고 썼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정부효율부(DOGE)도 지난달 “1페니를 만드는 데 3센트 이상이 든다”며 페니 폐지론을 폈다. 전통의 링컨 페니가 긴축과 효율을 중시하는 트럼프 시대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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