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봄은 생명이다, 희망이다, 향기다

입력 : 2013-03-18 20:59:32 수정 : 2013-03-18 20:59: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술계 5색 봄 전시회
봄은 아련한 기다림이다. 칠흑같이 어둡고 길었던 겨울을 지낸 사람들은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봄이 오면 겨우내 꽁꽁 얼었던 대지가 녹고, 칙칙한 초목은 아름다운 색깔 옷을 입는다. 잔뜩 움츠리고 있었던 사람들의 마음에도 볕이 든다.

봄의 나른한 햇살을 받으며 사람들은 마음의 기지개를 편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봄은 늘 찬란하게 아름답다. 예로부터 봄의 아름다움은 많은 예술가에게

창조의 원동력이 되곤 했다.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작가가 봄의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을 저마다 개성으로 화폭에 담아 왔다.

20세기 프랑스 파리로 모인 천재 예술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봄의 제전’, 이청운 개인전 ‘봄이 오는 길목’, 오견규 개인전 ‘봄꽃에 머물다’,

최한동 개인전 ‘어쩐지…봄바람…’, 신수원 개인전 ‘봄의 로망스’ 등 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전시 다섯 개를 소개한다.


◆봄의 제전

1913년, 파리에서 러시아 출생의 미국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이 초연된 지 올해로 100년이 되었다. 전통적인 낭만파 조류를 벗어나 혁명적이었던 불멸의 음악 ‘봄의 제전’은 그야말로 20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봄의 제전’이 초연된 지 100주년이 되는 올해, 20세기 파리로 모인 천재 예술가들의 봄의 생명력을 담은 회화와 조각 60여점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스트라빈스키가 시대를 뛰어넘는 선율로 봄을 노래하듯, 폴란드계 러시아의 무용가 니진스키가 온몸으로 봄의 에너지를 노래했듯, 봄의 생명력을 붓과 망치로 아름답게 표현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연인인 벨라와의 사랑을 봄볕에 환하게 빛나는 꽃으로 비유해 나타낸 마르크 샤갈의 ‘버찌 꽃’.
이번 전시는 파리를 주무대로 활동했던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르네 마그리트, 라울 뒤피, 베르나르 뷔페, 살바도르 달리 등 20세기 거장들의 숨겨진 장르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특히 샤갈이 연인인 벨라와의 사랑을 봄볕에 환하게 빛나는 꽃으로 비유해 나타낸 ‘꽃 정물화 시리즈’, 베르나르 뷔페가 강렬하고 거친 선들로 그려낸 정물화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또한 파블로가 흑인미술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파우누스의 얼굴’, 살바도르 달리가 밀로의 비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서랍이 달린 밀로의 비너스’ 등이 전시된다. 서울 청담동 오페라갤러리 28일부터 4월28일까지. (02)3446-0070

◆봄이 오는 길목

“나는 예술을 삶에서 찾으려고 했었다. 피폐한 삶과 혼란, 소외를 그려냄으로써 산업시대의 마지막을 표현하였다. 서민의 육체와 삶의 온도, 냄새가 내 그림에 담겨 있다. 사람이 함께 만든 일터, 동네, 그곳에서 희망을 얻었고 열정을 키웠다.”

이청운의 그림엔 삶의 애환과 정겨움, 슬픈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천재 화가’로 불리는 서양화가 이청운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 ‘봄이 오는 길목’이 열린다. 

서민들 삶의 애환과 정겨움, 슬픈 아름다움이 배어있는 ‘천재 화가’이청운의 ‘광대’.
1950년대 부산에서 태어나 70년대 구상전 금상을 받으며 화단에 등장한 그는 이후 권위 있는 미술상을 여러 차례 받고 프랑스로 건너갔다. 프랑스의 살롱 도톤느에서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상을 받으며 유럽 화단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사실주의에 토대를 둔 그의 작품들은 거친 붓 터치와 강렬한 색감으로 서민의 소외감과 고독을 절절히 보여준다. 그는 포구나 산동네 등 서민들의 공간을 화폭에 담아 왔다. 다소 우울한 달동네와 부둣가 풍경은 희망과 단절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좋은 모티브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과거 풍경 위주의 그림과 달리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 관찰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봄이 오는 길목’이라는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어둠의 시간을 표현한 그림들을 선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림들이 반드시 음울하고 칙칙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겨울이 끝나면 봄은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반 작품부터 최근에 그린 작품까지 모두 30여점의 그림과 작가 인터뷰를 소개한다.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 26일까지. (02)733-1981

◆봄꽃에 머물다

오견규 작가에게 자연은 큰 스승이자 친구이다. 그는 자연에서 체득한 삶의 교훈을 작품에 담아 전달한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전달되는 그의 목소리는 위압적이거나 크지 않다. 마당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편안한 마음으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나 또한 자연을 닮게 된다.

오견규 개인전 ‘봄꽃에 머물다’에서는 봄나물같이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지는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절제와 여백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는 절제된 화면구성, 담백한 색감 등으로 그림에 인위적이지 않는 자연의 질서를 담아낸다. 또한 묵의 농담과 긴밀한 필의 움직임, 배채 기법 등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밝고 경쾌하게 풀어내는 힘이 있다. 

자연을 닮은 담백한 그림을 통해 봄의 향기를 전달하는 오견규의 ‘관폭도’.
이번 전시에서는 오견규 화백의 ‘선운사 동백’ ‘코끼리와 돌부처’ ‘관폭도’ 등 최근작 22점이 전시된다. 꽃·나무·잡초·개 등 생명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담은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 사간동 광주시립미술관 갤러리 GMA에서 26일까지. (02)725-0040

◆어쩐지…봄바람…

매화 가지가 봄바람에 흩날린다. 바람결에 우수수 떨어지는 꽃잎은 사람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최한동 개인전 ‘어쩐지…봄바람…’은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매화꽃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최한동은 원색에 가까운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새싹이 돋고 꽃이 만발하는 등 봄기운이 생동하는 자연의 정서를 화폭에 담아낸다. 현대적 느낌의 채색과 전통 수묵화의 깊이 있는 사의적 세계가 조화를 이룬다. 

만개한 매화꽃으로 봄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최한동의 ‘어쩐지…봄바람…’.
분홍빛 매화꽃을 배경으로 봄에 취한 여인의 발그레한 얼굴을 그린 ‘어쩐지…봄바람…’은 봄의 향기를 절정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 아래 혜원 신윤복의 여인들이 등장하는 그림 역시 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서울 가회동 갤러리한옥에서 20일부터 4월7일까지. (02)3673-3426

◆봄의 로망스

화사한 봄처럼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신수원 개인전 ‘봄의 로망스’가 열린다. 신수원은 형태보다는 색채를 중요시하며 색채를 통한 자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집중해왔다. 

화사한 봄처럼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신수원의 ‘봄비’.
이번 전시는 꿈과 희망, 이상을 가졌던 우리들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아련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꾸며진다. 어린 시절 소중히 간직해온 일기장 속, 잊고 지냈던 기억의 조각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며 희미해진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현실로 끌어올리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서울시 서초동 갤러리K에서 27일부터 4월9일까지. (02)2055-1410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안유진 '아찔한 미모'
  • 안유진 '아찔한 미모'
  • 르세라핌 카즈하 '러블리 볼하트'
  • 김민주 '순백의 여신'
  • 한지은 '매력적인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