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인사 실패 책임론에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 사이버테러, 화학물질 유출 등 주요 현안과 사고 등에 대한 발언만 쏟아냈다.
국정 운영과 관련해서는 “지난주 금요일 정부조직법이 통과돼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정부 출범이) 늦은 만큼 주요 정책이 조속히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는 독려성 당부가 사실상 전부였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조차 청와대 민정라인 책임론을 공개 거론하고 일부 의원이 박 대통령의 하향식 인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점을 감안하면 애써 외면하려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박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는 배경으로는 청와대 책임론에 대한 정치권과의 인식차가 우선 지목된다. 민정수석실이 사전 인사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최근 낙마자의 의혹과 문제를 일일이 파헤치기에는 인사시스템상 불가항력이라는 ‘항변’이 내부에서 나온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짧은 기간 (제기된 문제점을 모두) 걸러내기에는 검증 인력과 시간에서 역부족”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새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열리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앞줄 왼쪽) 등과 걸어가고 있다. 남제현 기자 |
박 대통령을 대신해 허태열 비서실장의 ‘대리 사과’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한 고위 관계자는 “그럴 상황도 아니고 그런 의견도 제기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인사위원회 구성·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정치권 주문에도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다른 변화를 모색할 상황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부실 검증 문책 대상으로 지목되는 곽상도 민정수석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날 임명장을 받아 사실상 신임을 확인했다. 섣불리 문책에 나섰다가 최종 책임은 결국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취임 초 국정동력 저하는 물론 당청관계 설정 등에서 주도권을 잃는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인사는 “민정수석실은 굉장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가 30일 열릴 것으로 알려져 인사 문제와 관련해 의견이 교환될지 주목된다. 새 정부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상견례를 겸한 이번 회의는 4월 임시국회의 우선 추진 법안을 선정하고 부동산 대책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홍 기자 h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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