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전시상태’ 선포나 다름없는 ‘1호 전투근무태세’
북측의 ‘1호 전투근무태세’는 북한 군사전문가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용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준전시상태와 전투동원태세의 중간 단계로 보인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독수리연습에 대응하여 군사적 위협을 하는 것으로, 그간 북한이 대미·대남 도발 위협 수위를 고조시켜온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군 장교 출신인 장세율 북한인민해방전선 대표는 “준전시상태가 군대와 사회 전체에 내리는 경계태세라면 1호 전투근무태세는 군대에만 내리는 최고 경계태세”라며 “북한군으로서는 준전시상태와 수위가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3년 3월 ‘팀스피릿’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전쟁 직전 상태인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그런 뒤 노동미사일을 발사하고 국제사회의 핵 사찰 요구에 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는 등 전쟁 불사 태도를 보였다. 실제 미국이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하면서 한반도는 전쟁 직전까지 갔다.
◆미 B-52 전략폭격기 훈련 맞대응 차원
북한은 군 최고사령부 명의의 성명에서 미 B-52 전략폭격기의 북한 폭격 훈련과 한국군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타격 계획을 맹비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B-52 폭격기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도 이를 간파하고 지난주 훈련 일정을 공개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 B-52는 북측이 밝힌 25일을 포함해 이달 들어 세 차례 이상 한반도로 출격해 가상의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우리 군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타격 계획을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했다. 한·미가 22일 서명한 ‘한·미 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도 북한을 자극했을 법하다. 이런 정황에서 북한은 천안함 3주기를 계기로 최고 수준의 전투태세 돌입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신범철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기본적 전략이고 접근법”이라며 “천안함 3주기를 맞아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남한의 긴장을 높여 협상에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북한군 상륙훈련 북한군이 2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국가급 합동훈련을 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동해에서 ‘상륙 및 반상륙 훈련’을 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북한이 미 태평양사령부 기지가 위치한 하와이와 괌 등을 타격 대상으로 특정하고 전략미사일부대에 전투태세명령을 내린 것은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기회에 시험발사하지 않고 실전배치한 중거리의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5일 동해에서 육·해군 합동훈련을 참관한 다음날 최고사령부가 성명을 낸 것도 주목된다. 북한은 최근 평소보다 동계훈련 기간이 길어지면서 군부대 내의 불만과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치고 빠지기식 도발을 저지르고 이를 통해 군부의 지지를 회복하려는 구상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두원·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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