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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맞서 중앙銀 독립 다져
금리 인하 외압 상황도 비슷해
일각 “北 리스크에 인하 가능성”
과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사무실은 재무부 청사에 있었다. 중앙은행이 정부 품안에 있었던 셈이다. 멋진 대리석 건물을 지어 독립한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인 1937년이다. 당시 FRB 의장이 마리너 에클스(7대·1934∼48년)이다. 그래서 건물이름도 ‘에클스 빌딩’이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의 기반을 다진 인물로 평가된다. ‘골리앗 행정부와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글래디에이터’라는 수사가 따라붙었다.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요즘 한은 안팎에서 에클스의 삶이 회자한다. 정치권력에 맞서던 그의 행적이 작금의 한은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만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에클스와 김 총재의 처지엔 묘한 공통점이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클럽이 주최하는 외신기자간담회에 참석, ‘2013년 박근혜정부 경제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재는 박근혜정부 출범 후 저금리 부작용 가능성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정부와 대립하는 형국이다. 이명박(MB)정부 시절을 떠올리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MB정부 때 김 총재는 정부의 고환율·저금리 정책에 적극 협력했다. 취임 당시부터 “한은도 정부”라는 발언으로 독립성 논란을 자초했다.

2010년에는 G20(주요20개국) 회의를 앞두고 미적거리다 금리정상화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장은 한은의 직무유기를 거론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원장으로 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충고까지 나왔다.

대공황 시절인 1934년 FRB 의장에 임명된 에클스도 루스벨트 대통령의 과감한 재정확대 정책(뉴딜정책)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뉴딜정책을 앞장서 옹호하고 장려했다. 그 결과 재무부 장관보다도 대통령의 신뢰를 받으며 루스벨트 행정부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해리 트루먼 대통령 집권 이후 그의 처지는 달라졌다. 긴축 기조로 돌아서 통화확장 기조를 잇는 정부와 충돌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그는 인플레 파이터로 각인됐고 결국 해고됐다. 1951년 중앙은행의 자주성을 명시한 재무부와 FRB 간 화해협정은 그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한은 내부엔 김 총재가 에클스를 롤모델로 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다. 압력에 맞서 독립성을 각인시키라는 주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말바꾸기 논란이 있지만 에클스가 보여주듯 경제상황에 따라 생각과 입장은 달라지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가 에클스의 뒤를 따를지는 알 수 없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도 만만찮다. 북한 리스크는 특히 중대 변수다. 한 금융권 인사는 “코너에 몰린 김 총재에게 금리인하 카드를 선택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금통위에서 행사하던 열석발언권을 포기한 것도 인하 가능성의 해석을 낳는다. 김 총재가 금리를 인하해도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라 독립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최소한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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