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창업이 미래다] ② 다시 뜨는 엔젤 투자

관련이슈 창업이 미래다

입력 : 2013-07-18 12:18:49 수정 : 2013-07-18 12:18: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제 혜택’ 날개 달고 돌아온 엔젤… 아직 걸음마
“소득공제 50%까지 확대” 2013년 투자건수·규모 2.6배 ↑
2012년 투자규모 300억… 벤처 전성기 때 18분의 1 불과
“소액투자 개인엔젤 소외… 소득공제 소급 적용 필요”
엔젤 투자자는 주로 창업 3년 이내 기업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그룹을 말한다. 지난 5월 정부가 5000만원까지 엔젤 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넓히는 내용의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하자 업계는 “숙원을 풀었다”며 환영을 표했다. 이처럼 엔젤 투자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힘입어 올해 들어 투자자와 금액은 증가세를 달리고 있다.


◆투자자 수, 금액 증가


엔젤 투자자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교육이나 투자 설명회 등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는 엔젤투자지원센터의 회원가입 현황을 살펴보면 증감 추세를 가늠할 수 있다. 한국엔젤투자협회가 2011년 12월부터 설치·운영 중인 이 센터에 올해 상반기 신규 가입한 회원은 1357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09명보다 22.4% 늘었다. 이들의 투자규모는 엔젤투자매칭펀드 실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 산하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는 이 펀드는 대개 엔젤 투자금액과 1대 1 비율로 매칭,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 펀드 지원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21건, 27억5800만원에서 올 상반기 60건, 72억5400만원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엔젤 투자규모도 작년 동기보다 건수와 금액 모두 2.6배 이상 수준인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엔젤투자협회 관계자는 17일 “정부 대책이 발표된 뒤 투자자들 관심이 커져 가입 문의가 빈번하다”며 “하반기 중 세제혜택이 확정되면 투자자와 금액 모두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엔젤 투자에 관심을 두는 기업인이 많아져 최근 대전지역 기업인은 엔젤클럽을 결성해 등록했다”고 귀띔했다.

협회가 회원을 상대로 연령과 직종을 조사한 결과 40대(38.9%)와 서비스업(26.3%) 비중이 가장 컸다. 이는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당시 서비스업 창업에 나섰던 30대가 이후 10여년 동안 자리를 잡아 투자여력을 갖춘 덕분이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벤처 1세대는 기업을 경영한 경험까지 아낌없이 전수해 창업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과 보육까지 병행하는 전문 투자자로 거듭나고 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가운데)과 이석우 카카오 대표(왼쪽),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가 지난 4월25일 경기 분당의 카카오 본사에서 청년창업펀드 조성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중소기업청 제공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열악


국내 엔젤 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뒤처져 있다. 창업기업의 ‘탯줄’인 엔젤 투자에 대한 정부와 시장의 관심과 배려가 그만큼 부족했던 탓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경제규모에 적정한 엔젤 투자규모는 연간 4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중기청이 2011년 집계한 투자규모는 296억원에 그쳤고, 지난해도 300억원 안팎에 머문 것으로 추산된다. 벤처 전성기인 2000년(5493억원)과 비교하면 18분의 1 수준이다.

500명이 채 안 되는 전문 투자자도 우리보다 국내총생산(GDP)이 15배 정도 많은 미국의 30만명과 견줄 바가 못 된다. 투자업종도 정보통신이 과반을 차지,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대기업의 관심도 덜한 편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백화점의 출연으로 1000억원 규모의 ‘정주영 엔젤 펀드’를 조성해 운영 중인 아산나눔재단,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와 손잡고 유망한 벤처를 지원하는 포스코를 빼고는 적극적이지 않다. 이에 비해 벤처 1세대는 후배기업에 대한 투자와 보육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는 지난 4월 중기청과 300억원 규모의 청년창업펀드를 약정해 민관 공동펀드의 첫발을 내디뎠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등도 힘쓰고 있다.

◆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도

전문 투자자와 달리 주로 연간 5000만원 미만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 엔젤은 세제혜택을 누리기가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벤처로 인증된 기업이나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창업 3년 미만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런 기업을 물색하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1억1000만원을 투자했다는 한 개인 엔젤은 “소득공제 자격요건이 되는 기업은 전문 투자자나 금융기관의 ‘러브콜’을 받게 마련이라 개인 엔젤을 꺼린다”며 “사실 개인 엔젤을 찾는 기업은 어디서도 지원을 못 받은 업체인데 자격요건을 갖추기가 쉽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기관 투자자도 외면하는 위험을 안고 투자한 기업이 향후 자격요건을 취득하면 소득공제를 소급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며 “2년 전 투자한 기업이 최근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지만 소득공제는 꿈도 못 꾸고 있다”고 전했다.

고영하 엔젤투자협회장도 “한국벤처투자의 심사를 거쳐 엔젤매칭펀드 지원대상으로 선정되기에 앞서 해당기업에 투자했다면 소득공제 소급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매칭펀드 운영과 관련해서는 엔젤과 동등하게 투자하는 기존의 일률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펀드 투자비중을 높여 엔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배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창업한 지 3년 이상 7년 미만의 기업에 대한 지원비중이 21%에 달해 자칫 과감한 도전에 나선 초기기업이 소외받을 우려도 제기된다.

황계식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김성령 '오늘도 예쁨'
  • 이유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