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에 있을 것이라던 진실은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는 ‘원본 부재설’에 무게가 쏠리며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누가 회의록을 없앴는가라는 ‘사초(史草) 게이트’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여야는 각각 검찰이나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해 ‘회의록 파기 정국’의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회의록 열람위원단은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전문가들과 함께 나흘간 국가기록원을 방문, 재검색을 벌였으나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고 최종 보고했다.
새누리당 열람위원인 황진하 의원은 회의에서 “문건의 수, 문건 용량, 검색어 확인 등 모든 절차를 동원해 검색했으나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회의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여야 합의사항을 보고했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국가기록원이 관리하는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기록물 중에는 정상회담 회의록은 없었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민주당 열람위원인 우윤근 의원은 “기록물 인수관리시스템의 심각한 부실이 확인됐고 그 결과 회의록이 (노무현정부로부터)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여지를 남겼다.
여야가 회의록 실종을 확인함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해졌고 정국은 사초 게이트로 요동칠 조짐이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사초가 실종된 중대한 국기문란사태”라며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어떻게 관리했기에 참여정부에서 ‘이지원’을 통째로 넘겼음에도 회의록이 실종됐는지 의문”이라고 맞섰다.
새누리당은 노무현정부가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거나 폐기했다고 보는 반면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회의록을 없앴다고 의심해 책임론 공방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이 보관 중인 정상회담 녹음파일을 공개할 수 있다는 새누리당과 국회에 제출된 정상회담 사전 준비문서 및 사후 이행문서를 23일부터 당장 열람하자는 민주당의 입장도 맞서고 있다.
이천종·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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