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욱일기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욱일승천기'가 등장했다.
양국의 자존심을 건 경기에 앞서 일부 일본 응원단은 애국가가 끝나자 대형 욱일기를 3분간 흔들었다. 욱일기는 대회 진행요원이 이들을 제지할 때까지 계속됐다.
우리나라 응원단 '붉은 악마'는 대형 걸개를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맞섰다.
스포츠 경기에서 일본 응원단이 욱일기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가 욱일기로 디자인된 옷을 입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8강전 한·일전에서 일부 관중이 욱일기를 들고 응원해 논란이 됐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일본 체조대표팀은 욱일기로 디자인된 유니폼을 입어 빈축을 샀다.
종합격투기 'UFC' 선수인 정찬성은 지난 3월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가 욱일기로 디자인된 도복을 입고나온 것을 비판해 사과를 받아냈다. 격투기 용품업체 '하야부'에 욱일기가 그려진 도복을 판매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일장기의 태양에서 햇살이 뻗어나가는 문양인 욱일기는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이 사용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이 됐다. 이후 1945년 일본이 전쟁에서 패하면 사용이 금지됐으나 자위대가 군기(軍旗)로 채택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국가들이 욱일기 사용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욱일기가 일본 침략의 상징이자 전쟁 범죄를 미화하는 ‘전범기(戰犯旗)’로 인식되는 탓이다.
하지만 일부 일본의 극우파는 욱일기를 국기인 일장기 대신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욱일기는 '해가 뜨는 나라'라는 의미를 나타낼 뿐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욱일기 사용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지난 6일 "일본 정부가 '욱일기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욱일기는 일본을 상징하는 깃발로 국제적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상식 수준을 벗어난 한국의 반일 민족주의에 욱일기의 명예를 빼앗기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모습은 독일이 나치의 깃발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 문양)'의 사용을 형사처벌하는 등 철저하게 금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형법에서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 문양이 새겨진 깃발 등을 공공장소에서 전시하면 '반(反) 헌법조직 상징물 금지법'에 의해 3년 이하의 금고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독일의 아마추어 축구팀 '로터 슈턴 라이프치히'의 팬은 하켄크로이츠 문양의 문신을 드러내고 경기를 봤다는 이유로 3440유로(한화 510여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처럼 일본이 욱일기를 버젓이 공식화하려는 등 우경화 바람에 대해 전문가는 일본 사회 내부적 위기에 대한 출구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정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랜 경제 위기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사회적 위기가 높아지는 환경이 욱일기를 공식화하려는 등 일본의 우경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일본 사회에 양심적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 등이 많기 때문에 우경화를 일본 전체의 분위기로 보기는 어렵다"며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 시민사회와 정부를 분리한 투트랙(Two Track) 전략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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