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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한의원 치료 급증… 보험사 '냉가슴'

입력 : 2013-09-02 20:27:29 수정 : 2013-09-02 23: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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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병원보다 비용 더 들어 부담 가중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보험사들의 고민도 비례해 커지고 있다. 한의원 치료의 경우 정형외과 등 일반의원 치료에 비해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 보험사의 보험금 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교통사고가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날씨는 물론 보험사기 변수까지 신경 써야 할 마당에 보험으로 한의원 치료를 받는 교통사고 환자도 늘고 있어 회사로서는 이래저래 ‘적자 변수’만 생기고 있다”며 울상이다.

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교통사고 치료비 중 자동차보험 한의원 치료비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자동차보험 한의원 치료비가 2010년 211억원에서 지난해 319억원으로 증가했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7월까지 한의원 치료비 보험금 청구금액이 114억원을 기록,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해의 150억원을 조만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한의원 치료비 비중은 11.3%, LIG손보는 14.1%다. 현대해상도 2008년 4.2%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12.1%(218억원)로 3배나 급증했다.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의 한의원 치료비에 민감한 이유는 건당 치료비가 일반의원에 비해 한의원이 40∼70%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LIG손보의 경우 교통사고 건당 한의원 평균 치료비가 37만8900원으로 정형외과 등 일반병원의 27만9200원보다 36% 정도 높다.

현대해상은 한의원 하루 치료비가 평균 4만6700원으로 일반병원의 2만8700원에 비해 63% 더 많다. 게다가 자동차보험 환자 1인당 한의원 통원일수도 13.7일로 일반병원에 비해 3배 이상 길다. 이들은 더 비싼 가격으로 더 오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셈이다.

자동차보험의 한의원 치료비 문제는 한약의 의료보험 적용 문제와도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현재 자동차보험은 큰 틀에서 의료보험의 진료수가를 따라간다. 자동차보험에서 한의원 치료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 수가가 체계화된 ‘급여’ 항목보다 한의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한약 등 ‘비급여’ 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에서 한약의 수가가 체계화되면 자동차보험으로 쉽게 연결될 수 있지만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한약의 의료보험 적용을 놓고 여전히 홍역을 치르고 있어 빠른 시일 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 관계자들은 “국토교통부에 의료보험과 별개로 자동차보험의 적절한 한의원 수가 체계화에 대해 꾸준히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한의원과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자동차보험 한의원 치료비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환자가 치료비용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 한의원에서는 침과 물리치료 외에 꼭 필요하지 않은 진료를 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침을 맞으려 한의원을 찾은 오모(39·회사원)씨는 “한의사가 ‘어차피 자동차보험에서 비용을 낼 테니 이참에 보약 한재 먹는다고 생각하라’며 한약을 추천했다”며 “단순 근육통인데 한의사가 ‘머리가 맑아지는 약’이라고 설명해 구입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낸 보험료가 이렇게 나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꼭 필요하지 않은 한약 처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는 태도로 비칠 수 있어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며 “불필요하고 과도한 치료가 전체 보험료 인상을 유발해 그 부담이 자동차보험 계약자 전체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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