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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신문활용교육)] 거래할 때 생기는 ‘정보 비대칭성’ 문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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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9-08 20:00:29 수정 : 2013-09-08 20: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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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문제

제시문 <가>를 근거로 제시문 <나>와 <다>에서 건강보험 시장과 중고자동차 시장의 문제와 그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기〉에 대해 논하시오.

〈2011학년도 서강대학교 수시 1차 논술의 변형〉

〈가〉

거래 상대의 본심이나 상품의 품질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거래 후에 하는 ‘숨겨진 행동’과 거래 전에 알 수 없는 ‘숨겨진 정보’다. 양쪽 다 상대가 무엇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숨겨진 행동은 그 행동에 대해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숨겨진 행동과 숨겨진 정보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정보의 문제다. 사는 쪽과 파는 쪽, 거래를 하는 두 사람 사이에 정보의 격차가 있는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파는 쪽이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고, 사는 쪽이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노동력의 거래를 생각해보자. 노동 능력에 대한 정보는 노동력을 파는 쪽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치열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노동력을 사는 기업밖에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불러오는 전형적인 문제인 시장실패, 즉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숨겨진 행동과 숨겨진 정보의 경우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둘 다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구별하면 문제의 구조를 알기 쉽다.

〈나〉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은 개별 건강보험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건강한 사람은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예상 비용을 반영해 보험료를 청구할 것이므로 더욱 그렇다. 즉 보험 가입자는 대체로 병원에 갈 일이 많은 사람일 것이라고 예상하여 보험료를 올리면, 보험시장에는 병원 신세를 질 일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남을 것이다. 그러면 점점 더 심각해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보험료는 더 오를 것이다.

한편 보험사는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본인부담금 액수다. 본인부담금이란 말 그대로 피보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으로, 이 액수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한다.

〈다〉

논점을 간결하게 하기 위해서 중고차가 두 종류뿐이라고 가정하자. ‘레몬’이라는 중고차는 품질이 나쁘고, ‘복숭아’라는 중고차는 품질이 좋다. 레몬을 팔려는 사람은 1000달러를 받고 싶고, 살 사람들은 1500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 복숭아의 경우 판매자는 3000달러에, 구매자는 4000달러 정도에 거래할 의향이 있다. 만약 시장에 나온 중고차 중에서 레몬과 복숭아가 반반씩이라면, 거래되는 중고차가 레몬인지 복숭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 대당 기대할 수 있는 최고가는 다음과 같다.

1/2 × (1500달러 + 4000달러) = 2750달러

자신이 팔려는 차가 복숭아라는 것을 아는 판매자는 이 가격에 거래할 의사가 없다. 따라서 이 가격에는 당연히 레몬들만 실제 시장에 나올 것이다. 이 점을 알고 구매자들은 1500달러 이상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중고차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중고차 판매자가 보증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입 후 일정 기간 내에 고장이 나서 중고차가 엉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중고차 판매자가 비용을 부담해 수리해주는 방법이다.

〈보기〉

입원 치료를 한 것처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긴 서울 시내 병원 6곳 관계자들과 암환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중략…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 4명은 2009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속칭 ‘사무장 병원’을 개설, 암수술을 받고 통원치료 중인 환자들을 모집해 입원비를 받고 진료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금 1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는 영양제를 주사하면서 암치료제를 투여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조작하고, 며칠 후의 날짜로 진료기록부를 미리 작성해두기도 했다. 병원에 고용된 의사들은 대부분 수술이나 시술이 어려운 70대 후반의 의사들로 개업에 필요한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월 500만∼600만원을 받았다.

장씨 등은 “교통이 편리하고 외출·외박이 자유로운 병원”이라고 홍보해 암환자들을 유치했으며 환자들에게서 하루 4만∼12만원의 입원비를 받았다. 대형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입원치료까지 필요 없고 통원치료로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각자 가입한 암보험에서 받게 될 보험금을 노리고 입원한 뒤 외출과 외박을 밥 먹듯이 했다.

…후략…

〈6월20일 세계닷컴〉


조대우 강남인강 인문논술강사·㈜C&A논술 대치 대표강사
서강대학교 수시 논술은 논술을 지도하는 강사들 사이에서도 어렵기로 유명하다. 보통 2시간에 2000자 내외의 논술문을 작성해야 하는 타 학교 논술문항에 비해 서강대학교 논술은 2시간에 2100∼2500자의 논술문을 써야 하므로 우선 시간의 압박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논제와 제시문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독해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시 논술에 관한 대학 측 공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서강대학교를 지망하고자 하는 수험생이 참고하여 준비할 만한 정보가 타 학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매년 모의 논술 문제를 공개하며 논술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지만, 수시문제에 대한 해설을 친절히 제시하고 있지는 않아 서강대학교를 지망하는 수험생들은 곤욕을 겪곤 한다.

최근 교육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지난해에 이어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대입 논술고사 문제가 출제되도록 권장하였다. 올해 역시 수능 이후 바로 실시되는 서강대학교 수시논술이 어떻게 출제될지 궁금하면서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정보의 비대칭과 도덕적 해이 그리고 역선택

2011학년도 서강대학교 수시 1차 일반전형(사회과학부/경제·경영학부) 논술 문항 1과 2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주제로 출제되었다. 이는 시장실패의 대표적인 사례인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의 문제로 시장의 거래상황에서 거래 주체 간의 정보가 불균등하여 발생하는 현상이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란 원래 보험시장에서 통용되었던 용어로 보험 가입자가 보험에 들지 않았더라면 충실히 이행했을 사고 예방에 대한 주의 의무를 게을리함에 따라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지불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보험회사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쉽지만, 거래 상황에서 사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보험 가입자가 더 많이 갖고 있다. 보험 가입자는 사고발생 시 보험가입 상품에 따라 보험회사가 그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반면 보험회사는 보험 가입자가 도덕적인 의무를 다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보험회사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을 한 것이다. 역선택이란 이같이 정보가 비대칭한 상황에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이 불리한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이다.

논제는 제시문 〈가〉에서 언급된 ‘정보의 비대칭성’을 근거로 제시문 〈나〉와 제시문 〈다〉의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문 〈가〉는 거래 후에 하는 ‘숨겨진 행동’과 거래 전에 알 수 없는 ‘숨겨진 정보’를 정보 비대칭의 두 가지 상황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제시문 〈나〉와 제시문 〈다〉의 문제가 무엇인지 밝힌 후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제시문 〈가〉의 두 가지 상황을 근거로 규명해야 할 것이다.

제시문 〈나〉의 문제 상황은 보험료가 균형가격 이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피보험자가 거래 후에 하는 ‘숨겨진 행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보험에 많이 가입하게 되어 보험회사가 지불해야 하는 병원비가 늘어나거나, 보험 가입 이후 사소한 질병에도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보험회사의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미쳐 연쇄적인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제시문 〈다〉의 문제 상황은 균형가격 이하의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발생하는 중고차 거래시장의 침체이다. 이는 중고차에 대한 ‘숨겨진 정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거래되는 중고차가 레몬인지 복숭아인지 모르기 때문에 중고차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이다. 중고차 판매의 기댓값은 복숭아보다는 낮고 레몬보다는 높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차의 겉만 봐서는 결함을 알 수 없는 ‘숨겨진 정보’ 때문에 품질이 나쁜 중고차가 거래될 수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중고차 시장에 나온 승용차.
세계일보 자료사진
◆보험사기와 자유시장에서의 공익증진

〈보기〉에 언급된 보험 사기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생하는 대표적 도덕적 해이 현상이다. 이에 대해 부당한 수단으로 이익을 취해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보험사에 손해를 입힌 그들에 대한 처벌만을 요구하는 것은 앞선 논제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경우이다. 기업은 이익집단으로 시장에서 그들의 바람직한 모습은 성실하게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여 경제주체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사의 도덕적 행동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보기〉와 같은 사례를 통해 전체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여 지속적으로 그들의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 결국 보험 사기에 대한 책임은 보험 가입자들이 조금씩 나눠 짊어져야 하는 부담인 것이다.

자유시장의 매력은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의 공익 증진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설사 합리적 이성이 이해타산적인 사고에 불과하더라도 자유롭게 경쟁하고 각자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때 ‘보이지 않는 손’은 자연스럽게 각자의 이기적 동기를 의도치 않은 공익증진의 결과로 연결시켜 준다. 하지만 이렇듯 시장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인간의 도덕성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 모습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씁쓸하기도 하다.

보험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상품이라고도 말한다. 보험 가입자는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입했지만 사실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 안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노후를 대비하려 한다. 종종 출퇴근 길에 교통사고를 목격하곤 하는데, 식상하게도 앞 차 사람은 뒷목부터 잡고 본다. 매년 자동차 보험료를 내며 가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여 그 모습이 이해 안 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멀쩡한 몸뚱이를 병원에 누이고, 아픈 척 연기하려고 보험을 든 것은 아니다. 그 피해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비도덕적이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의 성실한 의지를 한숨 섞인 푸념으로 만들어버리기에 부당하기도 하지만, 솔직한 말로 그냥 한심하다.

조대우 강남인강 인문논술강사·㈜C&A논술 대치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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