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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직접 한글 창제는 역사적 사실”

입력 : 2013-10-04 20:12:03 수정 : 2013-10-04 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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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 지음/태학사/1만8000원
한글이야기 1, 2-한글의 역사, 한글과 문화 전 2권/홍윤표 지음/태학사/1만8000원

국어학자 홍윤표 전 연세대 교수가 풀어내는 오묘하면서도 흥미를 끄는 한글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글 이름을 왜 훈민정음이라고 했는가. 한글 자모의 배열 순서는 언제 어떻게 정해졌나. 한글 자형과 한글 서체는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가. 한글 띄어쓰기는 언제부터 왜 하기 시작했는가.

통상 우리는 한글을 늘 내 것인 양 쓸 줄만 알았지 한글 관련 지식에는 거의 무지에 가깝다. 6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한글은 널리 쓰이고 있지만 한글 자체에 대해선 알려고 들지도 않았던 게 그간의 현실이다. 홍 교수는 신간 ‘한글 이야기’ 전 2권을 펴내고 자칫 지루할 것 같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써서 우리말과 글에 관한 지식을 폭넓게 전한다.

한글 연구로 평생을 바친 홍 교수의 얘기다.

“훈민이라는 말은 한글 창제가 세종이 직접 한 일임을 의미합니다. 세종 혼자서 창제한 것인지, 집현전 학사들과 공동으로 창제한 것인지에 대해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해요. 그러나 자세히 보면 세종이 직접 만든 것이 분명합니다. ‘세종어제훈민정음(世宗御製訓民正音)’에서 ‘어제(御製)’의 의미는 세종이 친히 지었다는 뜻입니다. 임금이 관여한 일에는 어제, 어정(御定), 어찬(御撰) 등이 쓰이는데, 어정은 임금이 명령하여 지은 것을 말하고, 어제와 어찬은 임금이 친히 지은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한글은 세종이 친히 지은 것이죠. 이것은 또한 한글 이름인 ‘훈민’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훈민이란 용어는 임금만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정철의 훈민가(訓民歌)가 있지만, 그 훈민은 일부 백성이지 백성 전체는 아닙니다. 백성 전체를 뜻하는 의미로 신하가 훈민을 썼다면 아마도 역적으로 몰리지 않았을까요? 훈민정음은 백성을 널리 가르친다는 의미가 있죠. ‘가르친다’는 뜻으로 쓰이는 한자로 교(敎)와 훈(訓)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교’를 쓰지 않고, ‘훈’을 쓴 것일까? 교와 훈의 새김은 ‘가르치다’이지만, 실제로 교와 훈은 의미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교는 주로 남자에게, 훈은 주로 여자나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 쓰이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자에 대한 교훈서는 대개 ‘훈’을 사용하였습니다. 다만 임금만이 사용할 수 있었지요. 훈민정음은 세종이 직접 창제하였음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한글을 독창적으로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
오묘한 뜻 풀이와 함께하는 홍 교수의 한글 얘기가 관심을 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한글 자모 순서는 언제 어떻게 자리 잡았을까. 창제 당시의 배열 순서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 세종은 자모 순서에 연연하기보다는 글자 만들기에 몰두했다는 것. 다만, 한글을 처음 반포할 때는 소리나는 순서대로이니 지금 순서대로 설명했으되, 자모 배열 순서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의 배열 순서는 18세기 중반에 언문학자들이 거의 확정했고 후대에 그대로 전해진 결과라고 한다. 한글 자모의 순서를 살펴보면 매우 과학적이고 언어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배열됐다고 홍 교수는 자랑한다. 영어 알파벳의 ‘a, b, c, d’ 등의 배열 순서나 한자의 배열 순서는 과학적인 메커니즘 원칙에서 한참 벗어난다고 홍 교수는 지적한다. 홍 교수는 “한글을 과학적인 문자라고 하는 사실을 한글 자모의 배열 순서를 보면 쉽게 증명할 수 있지 않나요?”라고 반문한다.

최초의 한글 전용 문헌도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 한글 전용 문헌은 세종이 만든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 아니라, 18세기 중기에 간행된 일종의 역사책인 ‘천의소감언해(闡義昭鑑諺解)’이며, 최초로 가로쓰기를 한 것은 1895년에 편찬된 ‘국한회어(國漢會語)’라는 것이다. 1443년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 교육용 책도 꾸준히 이어졌다. 맨 처음 나온 한글 교재는 1446년의 ‘한문본 훈민정음’이며, 1527년의 ‘훈몽자회’로 이어져왔다는 것.

여문주 지음/김조운 그림/인이레/1만2000원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500/여문주 지음/김조운 그림/인이레/1만2000원

두 번째 소개하는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500’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500가지의 크고 작은 맞춤법의 실수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문법과 어원 풀이보다는 사람들이 자꾸 틀리는 이유와 맞춤법 실수를 피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다. 인터넷 글과 기사에서 잘못 쓰인 빈도가 높은 어휘들을 골라 바른 표기와 뜻 풀이를 했다. 저자는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게 틀려서 차마 남이 지적해 주기에도 민망한 말들이 많다”면서 “본인만 잘못 알고 있던 말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맞춤법의 기본기를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복잡한 문법이나 어원 설명보다는 한눈에 무엇이 틀리고 왜 틀리는지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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