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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거짓말 족집게 탐지’ 행동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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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02 06:00:00 수정 : 2013-11-03 10: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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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족집게 탐지' 행동분석관
행동분석은 아직까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수사기법이다. 때로는 범죄 현장이나 용의자들에 대한 심리적 증거를 찾는 ‘프로파일링’과 유사한 것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행동분석은 상대방의 여러 반응을 보고 말의 진위를 분별하는 수사기법이다. 범행 동기 규명, 진범 여부 판명 등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주로 살인·성폭력 등 강력 범죄에서 성과를 나타낸다. 2005년 대검찰청이 행동분석을 수사기법으로 채택한 이후 대부분 강력사건에서 활용되고 있다.


◆‘오원춘 인육 공급업자 의혹’ 해소

지난해 4월 수원에서 발생한 여대생 살해사건(오원춘사건) 역시 행동분석 등 심리분석 기법으로 범행 동기를 밝혀냈다.

당시 일각에서는 피해 여성의 시신을 무참히 토막낸 점 등으로 미뤄 ‘오원춘은 인육 공급업자’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론 또한 들끓었다. 대검은 김재홍 행동분석관을 수원으로 급히 보내 범행 동기 규명에 나섰다.

김 분석관이 오원춘을 만나자마자 주목한 점은 그의 몸짓과 표정이었다. “범행이 워낙 참혹해 세상 사람들은 당신을 ‘인육 공급업자’라고도 한다”는 말을 건네자, 오원춘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까지 보고 있구나’ 하는 탄식이었다. 이는 “성폭행 목적으로 살해했다”는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분석관은 “오원춘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기보다는 비정상적으로 왜곡된 성욕을 가진 인물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수년 전 경남에서 발생한 30대의 딸 독살 사건 역시 행동분석으로 진범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30대 주부 A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딸에게 독극물을 먹여 살해한 사건으로, 당국의 수사는 생명보험 가입 등 정황은 많았지만 뚜렷한 물증이 없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대검에서는 행동분석 기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딸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A씨는 “모르겠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가 포착됐다. 카메라로 촬영한 A씨 얼굴에서는 수사관을 ‘경멸’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도 수차례나 확인됐다. ‘내가 꾸민 시나리오대로 수사하고 있구나’, ‘나는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다’며 상대방을 얕보는 내면의 심리가 자신도 모르게 표출된 것이다. A씨가 이 같은 표정을 드러낸 것은 0.25초에 불과했다. 이를 본 수사팀은 A씨의 범행임을 확신했다. 결국 A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 “과학을 토대로 행동분석 성과 입증”

행동분석은 과학일까?

행동분석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코를 긁는다’, ‘얼굴이 빨개진다’, ‘목소리를 떤다’ 등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통념’으로 범인을 잡는 게 아니냐고 잘못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검찰에 행동분석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검사가 태반이다. 법정에서는 오해 때문에 진땀을 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행동분석관이 증언대에 서면 ‘오셀로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오셀로의 오류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서 따온 말로, 상대의 불안감만을 근거로 상대방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오판하는 현상을 말한다. 결백한 사람이 엉뚱하게 죄를 뒤집어썼을 때 나오는 불안감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행동분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1일 서울 서초동 대검 심리분석실에서 한 직원이 행동분석 장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행동분석은 면담자의 말투와 몸짓 등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수사기법이다.
이제원 기자
행동분석은 사람의 불안감만 측정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수사를 받으면서 ‘누명을 쓰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점 등도 모두 감안한다.

행동분석은 또 얼굴과 몸짓을 주시하지만, 실제 거짓말할 때 나타나는 코를 긁거나 얼굴이 붉게 변하는 등의 일반적인 통념만을 기준으로 하지는 않는다. 김 분석관은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행동분석에서는 정서를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특히 중요시한다. 사람은 얼굴의 ‘미세근육’을 이용해 기쁨, 슬픔, 두려움, 놀람, 분노, 혐오, 경멸의 7가지 정서를 드러낸다. 행동분석관은 이 중에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불수의근’을 통해 나타나는 상대의 표정에 관심을 갖는다.

예컨대 기쁜 마음이 들면 입꼬리가 귀 뒤로 끌려가면서 동시에 눈가에 주름이 생긴다. 경멸하는 기분이 생길 경우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비대칭적 표정이 나타나는 등 제각기 특징이 있다. 한데 이 같은 미세근육이 말하는 표정, 진술 등과 맞지 않으면 ‘수상쩍다’고 의심한다. 즉 슬퍼해야 할 상황에서 기쁜 표정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행동분석 기법으로 진실을 가려낼 확률은 92∼94% 이상이다. 실제 수사에서는 신빙성이 그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험실과 달리 실제 처벌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들은 반응이 ‘생생’해 거짓말이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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