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8일 개봉한 ‘창수’(감독 이덕희)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창수(임창정 분)에게 생애 처음 찾아온 사랑, 고작 며칠간의 달콤한 꿈을 꾼 이후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비극적 운명을 그린 영화다.
배우 임창정(40)이 타이틀롤을 연기한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 받았지만 여러 사정들로 인해 1년간 개봉이 미뤄지다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임창정은 개봉 직후 진행된 세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을 장가보내는 기분”이라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영화 제작에 들어간 후 2년 6개월 동안 감독‧제작자는 물론 배우‧스태프들 모두 한 마음으로 개봉만을 기다렸어요. 얼마 전 열린 시사회 때 감독님, 제작자, 저 이렇게 세 명이서 부둥켜 알고 엉엉 운 기억이 나네요. 그만큼 감격스러워요.”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진 것도 모자라 남의 징역살이를 대신 하며 돈을 버는 ‘징역살이 대행업자’로 하루하루 연명하듯 살아가는 창수에게 미연(손은서 분)이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창수는 생에 처음 느껴본 감정에 ‘새 삶’을 꿈꾸지만 곧 비극적인 사건이 닥치면서 그의 인생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데뷔 후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하며 ‘임창정표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명까지 탄생시켰던 그는 지난해 ‘공모자들’에 이어 ‘창수’까지 연달아 ‘다크한 연기'를 선보여 ‘배우 임창정'의 정체성을 확고히 뿌리 내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의도한 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연기변신을) 의도한다고 해서 제가 원하는 작품에 마구 출연할 수 있는 처지도 안 되고요.(웃음) 먼저 ‘창수’의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제작이 지연되는 동안 운 좋게도 ‘공모자들’(감독 김홍선)을 찍었어요. 코믹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지한 역할을 연달아 하게 돼서 자기만족감이 컸고요. 나쁘지 않은 ‘흐름’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도 연기나 이미지 변신에 연연하지 않고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들이 있다면 어떤 장르든 도전해보려고요.”
다른 스태프들 역시 모두 한 마음으로 ‘십시일반’해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힘들게 만든 영화여서인지 임창정에게 ‘창수’는 ‘더 마음이 쓰이는 자식’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못 받은 출연료 언제 다 받느냐고요? 글쎄, 손익분기점 넘으면 알아서 주겠죠.(웃음) 영화를 보시고 ‘비트’(감독 김성수‧1997)의 환규가 떠올랐다는 소리 들으면 정말 기분 좋아요. 영화가 ‘파이란’(감독 송해성‧2001)과 비슷하다는 분들도 있는데, 영광스럽죠.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걸음걸이, 행동, 말투 하나하나 신경 썼어요.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평소에 창수가 좋아하는 책, 영화, 음식 등을 하나하나 상상해가며 창수의 인생을 머릿속에 그려 넣었습니다.”
저예산의 ‘작은 영화’이기에 흥행에 대해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다. 하지만 ‘친형’처럼 지내는 제작자나 감독 형편이 조금은 나아지고, 또 다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주고 싶다고 바람을 여러번 밝혔다.
“매일 실시간 예매율 체크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 무척 행복해요. 개봉할 수 있기를 매일 매일 기다렸던 우리가 이제는 ‘흥행’을 기대하고 있네요.(웃음) 창수의 순수한 마음,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저 임창정, 배우이자 가수로 다시 활동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의 활동도 지켜봐 주세요.”
이런 인사를 전하며 웃는 임창정에게서 가볍고 유쾌한 이미지를 느꼈던 예전과 달리 청년과 중년이 뒤섞인 듯한 넉넉한 이미지를 느꼈다. 그만큼 배우로서 임창정은 성숙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NH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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