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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드러난 독재 본색… 더 잔혹해진 '3代 공포 통치'

관련이슈 北 권력 투쟁…장성택 전격 사형

입력 : 2013-12-13 19:02:24 수정 : 2013-12-13 22: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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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지배 위한 ‘피의 숙청’ 이어받아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전격 처형되면서 김정은 체제의 ‘공포통치’가 전면화되고 있다.

집권 초기 ‘미키마우스’를 공식무대에 등장시키며 개혁·개방 가능성을 내비쳤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불과 2년 만에 ‘극단적 잔인함’(extreme brutality)으로 북한은 물론 남한과 서방세계를 전율케 하고 있다.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가차없는 ‘피의 숙청’으로 강고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했던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수법을 빼닮았다. 하지만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보여준 신속성과 잔혹함은 이례적인 것으로, 20대 지도자로 이어진 3대 세습 과정에서 이완된 북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역사상 수많은 독재국가에서 극단적 공포통치의 전면화는 단기적으로는 체제강화 효과를 발휘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붕괴의 전주곡’이 됐다는 점에서 북한 동향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핵심 변수가 됐다.

◆시동 걸린 ‘공포통치’…피바람 예고

북한에서 김일성 가문(백두혈통)과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숙청된 사례는 많지만 이번처럼 사형결정에서 집행까지 신속하게 대내외에 공개한 경우는 1950년대 남로당 총책인 박헌영의 사형 이후 처음이다. 이는 김정은의 권위에 조금이라도 도전하거나 비협조적인 자는 친인척 여부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가혹하게 응징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의미에서 이번 숙청을 “유일영도체계 강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에서 장성택 사형을 계기로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본보기식 공개처형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그의 사형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거부하고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그 어디에 있든 모조리 쓸어모아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밝혀 광범위한 숙청작업을 시사했다.

특히 장성택이 이끌었던 당 행정부 소속 인사들과 통일전선부 인사들이 1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변을 꾀한 역적’으로 장성택 사형을 집행한 만큼 그와 관계 있는 군부인사들의 잇단 숙청이 예상된다. 장성택이 주도해온 황금평 및 나선 특구 사업이나 기타 외화벌이 기구에 관여해왔던 인물들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체제붕괴 전주곡’ 되나

북한은 장성택의 체포와 사형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중국 컨소시엄과 개성, 평양, 신의주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사업에 합의했다. 개성공단 협력사업에 대해서도 남측에 협조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평양 시내와 지방도시에서 장성택 규탄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비교적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숙청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회가 큰 동요 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로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도 광범위한 숙청이 진행됐지만 결과적으로 체제 붕괴보다는 공고화로 이어졌다. 김일성은 6·25전쟁 후 남로당계 숙청을 시작으로 연안파, 갑산파, 소련파 등을 궤멸시켰다. 이 덕분에 1994년 사망 때까지 별다른 도전 없이 1인 지배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김정일도 1997년 자신의 체제를 본격 출범시키면서 6·25전쟁 간첩단을 재조사해 서관희 농업 담당 비서 등 수천 명의 간부를 숙청하는 ‘심화조사건’을 일으켜 권력기반을 다졌다.

김정은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것으로 예견된다. 하지만 김일성의 숙청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남한보다 우세했고, 중국과 소련이 서로 견제하면서 북한 내정에 간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김정일의 숙청작업도 북한 사회가 극도의 기근에 시달리던 ‘고난의 행군’을 끝낸 시점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반면 김정은은 지난 2년간 뚜렷한 경제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핵·미사일로 어느 때보다 강한 제재를 받고 있고, 북·중관계도 과거와 비교해 냉랭한 상태다. 당장은 ‘공포통치’ 효과를 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체제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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