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이 4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염수정 추기경 서임 축하식에서 축사를 하자, 염 추기경이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웃고 있다. |
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염수정 추기경 서임 감사미사는 1부 미사, 2부 축하식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감사미사에는 각계 인사와 신자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가 끝나고 축하식이 시작되자 단상에는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청 대사, 진홍색 추기경 복장을 한 정진석 추기경이 나와 의자에 앉았고, 이어 염 추기경 역시 진홍색 추기경 복장을 하고 중앙에 배석했다. 축하식에서는 서울대교구 신자들이 염 추기경을 위해 준비한 꽃다발과 기도선물이 증정됐다. 이어 파딜랴 대사, 정 추기경, 강 주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순오 신부(사제단 대표), 권길중 평협회장(평신도 대표)의 축사가 이어졌다.
이날 정 추기경은 “50년 전에는 한국에 ‘추기경’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말문 을 뗀 뒤, “평양교구장 서리인 서울대교구장에게 3번이나 추기경을 내린 이유는 한국 교회를 넘어 북한교회, 나아가 아시아 교회에 주님의 복음을 전파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축사를 가름하면서 연령적으로 12살이나 아래인 염 추기경에게 “만수무강하세요”하고 인사하자, 좌중에서 폭소가 터지면서 명동성당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박수도 쏟아졌다. 선배의 축하인사에 염 추기경도 당황했는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웃었다. 쑥쓰러워 몸 둘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염 추기경은 축사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온 정 추기경을 일어서서 맞으며 손을 내밀어 잡았다.
염 추기경은 강우일 주교의 축사에도 얼굴을 감싸며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강 주교가 “추기경님께 어떤 복을 빌어드릴까 하느님께 물었는데, ‘짐이 무거울 테니 가벼워지도록 복을 빌어라’라는 답을 얻었다.”라며 “보통 무거운 짐을 지으신 게 아니다. 그 짐이 가벼워지시기를 바란다. 우선 스트레스성 살이 좀 빠지시길 바란다.”라고 농담을 건넸기 때문이다. 강 주교는 “지위와 힘이 있는 사람은 덜 만나고, 기댈 데 없는 사람들, 선물을 주실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시길 바란다”고 축사를 맺었다.
유진룡 문체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추기경께서 기도하시는 것처럼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고 국민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가 바른 길로 가도록 큰 역할을 해 주시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정 신부는 염 추기경을 “신학교 사무처장 시절 두루마리 화장지 한 조각이 11cm라고 기억할 정도로 근검절약을 일깨워 주신 분”이라고 소개했고, 권 회장은 “추기경님과 함께 성지 순례하듯 하느님을 향한 열정을 곁에서 배워나가겠다”고 말했다.
긴 시간 많은 이들의 축하에 염 추기경은 “저를 위해 시간을 많이 내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답하며 “부모님들이 자녀를 아낌없이 사랑하듯이 저도 모든 것을 헌신하며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가는 기쁨을 찾으며 살아가겠다. 저는 이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헌신하겠다.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린다.”라고 인사했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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