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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리에 멍든 숭례문, 무엇으로 후대 가르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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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26 21:16:54 수정 : 2014-03-26 23: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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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부실 복원이 또 국민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복원공사를 지휘한 신응수 대목장이 나무를 빼돌렸다고 한다. 국민이 숭례문 복원을 위해 기증한 나무 대신 다른 목재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이 어제 발표한 숭례문·광화문 복원사업 비리 수사 결과에 따르면 신 대목장은 국민이 기증한 목재 154본을 경복궁 수라간 복원공사 등 다른 공사에 썼다. 광화문 복원에 쓰라고 문화재청이 공급한 금강송 4주도 빼돌린 채 대신 다른 소나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나무만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다. 경복궁 복원공사를 맡기 위해 문화재수리업체에 돈을 주고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까지 빌렸다고 한다.

온 국민은 6년 전 불타는 숭례문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흘렸다. 숭례문 복원사업이 무엇인가. 재난을 딛고 국민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런 국민의 염원을 담은 숭례문 복원이 사기행각에 놀아난 꼴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는 숭례문 복원공사가 총체적 부실로 점철됐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나무 바꿔치기는 수사 결과 확인된 사실일 뿐이다. 국민 기증목을 바꿔치기하는 판에 다른 복원 과정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숭례문 부실 복원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5년 3개월의 복원 작업을 마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복원 20여일 만에 단청이 벗겨지고 갈라지는 박락 현상이 나타났다. 자그마치 20여곳에 이른다. 기둥과 서까래는 여기저기 갈라지고 틀어졌다. 잘못된 설계로 공사가 진행돼 원형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감사원 지적까지 있었다. 부실공사 원인을 따져볼 때마다 드러나는 엉터리 복원의 실상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최고의 장인 손으로 복원된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부실 복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졸속 공사의 진상이 조만간 밝혀지겠지만 원인에 대한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부족한 예산, 무리한 시공, 실종된 장인 의식, 그를 용인하는 공무원의 비리가 어우러져 빚어진 참사다. 신씨 같은 장인과 문화재 담당 공무원은 양심을 돈과 바꾸었다. 광화문과 경복궁 복원공사 감리감독을 맡은 문화재청 공무원 6명이 문화재수리업체로부터 44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고도 민족정신을 말하며, 민족문화를 말할 수 있는가. 문화재를 탐욕의 수단으로 삼는 문화계 일각의 부조리부터 일소해야 한다. 숭례문 외에 다른 문화재의 부실 복원 여부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원형대로 복원하지 못하는 문화재 관리체계의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문화재 복원을 둘러싼 부조리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엇으로 후대에 조상의 얼을 가르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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