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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민첩한 대응 더 큰 참사 막았다

입력 : 2014-05-06 19:12:22 수정 : 2014-05-06 23: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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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에 없는 보안제동도 걸어 194m 갈 거리 128m에 멈춰
무책임한 세월호 선장과 대조
“만약 휴대전화를 쳐다봤거나 잡념에 빠져 대응이 1∼2초라도 늦었더라면….”

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열차 추돌 소식은 시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발생한 사고는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엄모(46) 기관사의 차분한 대응 덕분에 대형 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 엄 기관사의 능동적인 사고 대처는 세월호 침몰 피해를 키운 이준석 선장의 무책임한 행태와 비교된다.

곡선 구간을 돌아 승강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비상 상황을 감지했다. 열차가 승강장에 진입하자 전방의 신호기 3개에서 빨간 불빛이 보였다. 후행 열차가 진입할 때 선행 열차도 승강장에 있으면 내는 불빛이었다. 문제는 신호기 3개에 적힌 글씨가 ‘진행·진행·정지’로 표시됐다는 점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주의·정지·정지’로 표시돼야 했기에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즉각 들었다. 자세히 확인할 틈이 없었다. 이내 비상제동을 걸고 제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보안제동까지 걸었다. 자동차로 말하면 비상제동은 브레이크이고, 보안제동은 핸드 브레이크로 볼 수 있다.

오른손으로 비상제동장치를 꽉 잡은 상태에서 그는 “제발 서라, 서라”며 짧은 말을 내뱉었다. 핸들을 붙잡고 열차의 정지를 갈구했던 순간은 짧았지만 길게만 느껴졌다. 즉각적인 대처와 힘을 다한 노력 덕분인지 지하철은 비상제동 후 128m를 간 뒤 멈췄다. 보통의 경우라면 비상제동을 걸고 평균 194m를 더 가게 되지만 추가로 보안제동이 가동됐기에 제동거리가 줄어든 것이다. 비상제동을 걸었을 때 열차의 운행속도는 시속 68㎞였고 시속 15㎞ 상태에서 선행 열차와 추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안제동 사용은 서울 지하철 비상 매뉴얼에도 없는 것”이라며 “엄 기관사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피해가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지하철 운행 중 기관사의 신호기 의존은 거의 절대적이다. 승객들이 열차를 타기 전에 보는 앞뒤 열차의 위치 표시는 지하철 승강장에 많이 설치돼 있지만, 열차 기관실은 해당 모니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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