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5명 현지에 남아··· 계열별론 생물학전공 가장 많아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국인 10명 중 4∼5명은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머무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2000년 이후 꾸준히 느는 추세여서 두뇌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에 남기를 희망하는 응답자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67.9%까지 올라간다.
전체 29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우리나라 출신 박사의 미국 체류 확정 비율은 20위, 체류 희망 비율은 12위로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박사학위 취득자 수가 워낙 많은 탓에 인원으로 따지면 중국, 인도 다음이다.
계열별로 보면 생물학 전공자의 61.4%가 미국에 남겠다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미국에 남고 싶다는 사람까지 합하면 10명 중 8∼9명(85.8%)에 달했다. 이어 물리·지구과학(57.7%), 보건(49.5%), 수학·컴퓨터과학(43.0%), 엔지니어링(41.7%) 순으로 미국 체류 확정 비율이 높았고, 사회과학은 29.2%로 가장 낮았다.
이처럼 ‘박사급 두뇌’가 귀국을 꺼리는 주된 이유는 공부한 만큼 빛을 낼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발간한 ‘19대 미방위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이공계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관장하는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의 소관 연구인력 1만7404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37.6%에 달한다.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이 줄면서 대학 교수로 취업할 기회도 갈수록 줄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비정규직 문제가 석박사와 같은 이른바 고급 연구인력들에게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라며 “두뇌 유출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고급 연구 인력 관리의 한축을 담당하는 교육부는 손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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