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파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그중 앞자리엔 정신적 만족감, 평화, 여유로움 등이 자리한다. 임어당은 흡연을 “인류 최대의 쾌락의 하나”라고 했고, 오스카 와일드는 “완벽한 기쁨의 완벽한 형태”라고 찬미했다. 골초이던 조선 정조는 과장법이 심하다. 1796년 조선을 흡연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책문을 내리면서 말한다. “담배가 출현한 것을 보니 천지의 마음을 읽기에 충분하다. 백성들에게 (담배를) 베풀어 혜택을 나눠 주고 효과를 확산해 천지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한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말버러맨 웨인 매클래런이 1992년 폐암으로 죽기 전에는 그랬다. 미국의 메이저 담배회사들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소송에서 흡연 피해자에게 줄줄이 패소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만 해도 흡연파들이 방송에 나와 “담배는 정신적 비타민”이라고 외치고 다녔다. 오늘 그들의 외침은 공허하고 메아리가 끊어진 지 오래다. 흡연파들은 어둠의 자식인 양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다.
흡연파들의 반격인가.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저명 경제학자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보고서에 “담배를 끊으면 건강은 얻겠지만 즐거움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금연의 경제적 효과가 100이라면 흡연의 행복감은 70이라는 것이다. 이 계산법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 같다. 정조가 조선을 흡연의 나라로 만들려고 한 것을 “70% 맞다”고 할 참인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육체적 건강보다 정신적 만족감을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본말전도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세상의 많은 애연가들에겐 기쁜 소식이겠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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