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지성인을 길러내는 바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의 기반을 탄탄히 할 수 있는 장치로서 도서관의 역할이 큽니다.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인문정신문화를 우리 사회 곳곳에 확산시키는 데 도서관이 거점이 돼야 합니다. 얼마 전 박 대통령에게 인문정신문화 진흥책을 보고하는 자리에 참석했었는데요. 대통령께서 ‘길 위의 인문학’을 직접 언급하시며 ‘그런 좋은 프로그램을 널리 시행해 인문정신문화 정착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시더군요.”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최은주 도서관정보정책위원장은 “독서는 일종의 습관”이라며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가 성장 후에도 독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남정탁 기자 |
“올해 시작해 2018년까지 이어지는 2차 종합계획은 ‘행복한 삶과 미래를 창조하는 도서관’이 목표입니다. 총 7개의 추진 전략을 제시했는데, 그중에는 지식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 강화도 들어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취약계층이 바로 군인들이죠. 현재 전국 50개 부대에 설치된 ‘병영도서관’을 더욱 늘리는 방향으로 국방부·문체부 등과 협의하려 합니다. 요즘 드러난 심각한 병영폭력 문제의 해결에 병영도서관 증설과 그를 통한 독서문화 확산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종합계획은 이 밖에도 도서관 관련 법률 정비, 사서 자격증 제도 개선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교육청 소속과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이원화돼 있는 공공도서관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국회의원들에게 문제를 알리고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세미나를 준비하는 중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8월 프랑스 리옹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IFLA가 매년 여는 세계도서관정보대회에 한국정부를 대표해 참가한 것이다. 한국의 도서관 정책에 대한 외국 전문가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물었다.
“120여개 IFLA 회원국에서 3500명의 학자, 사서, 공무원이 참가해 세계 도서관계의 동향을 나누고 인적 네트워크도 쌓는 유익한 시간이었죠. 제가 한국의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소개하자 다들 관심을 보이더군요. 영국에서 온 어느 학술지 관계자는 ‘우리 잡지에 한국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며 원고를 청탁해 발표자로서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최 위원장은 학부 졸업 후 문헌정보학으로 전공을 바꿔 연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경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문헌정보학교수협의회 회장, 한국도서관협회 국제협력위원장 등을 지냈다. 2012년 정년퇴임 후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30년 가까이 도서관 발전과 사서 양성에 앞장선 그에게 어떻게 하면 독서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물었다.
“기업들이 자체 독서실과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절실합니다. 최근 최고경영자(CEO) 사이에 ‘독서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회사에 독서 공간이 있으면 직장인들이 동아리 등을 만들어 더 많은 책을 읽게 될 겁니다.”
9월은 ‘독서의 달’이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자 최 위원장은 레이먼드 조의 ‘관계의 힘’을 꼽았다. “직장에서 제일 힘든 게 인간관계라고들 하잖아요.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깨우칠 기회를 주는 값진 책입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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