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은 애초에 캠핑 장비 등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행용, 하이킹용 가방이다. 그 기원을 더 위로 올라가면 사냥을 떠날 때 사냥감의 먹이, 사냥장비 등을 여러 군데에 나눠 짊어지기 위한 도구였다.
이렇게 주로 아웃도어에서 사용되던 백팩이 도심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편리함과 기능성을 꼽을 수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도 관계가 깊다. 백팩을 메면서 자유를 얻은 두 손이 스마트폰을 쥘 수 있게 됐다. 두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게임을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엄지족’들에게 백팩은 필수 아이템이다.
백팩을 멘 사람들이 도심 곳곳을 활보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그야말로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안다. 그들(혹은 그녀들)의 등에 멘 가방이 얼마나 민폐인지를.
과거 지하철 ‘무례’의 대명사는 ‘쩍벌남’이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 다리를 벌리고 자리 2개를 차지하고 앉은 사진이라도 올라오면 ‘비매너의 끝판왕’이라는 질타를 받곤 했다. 이제는 ‘백팩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백팩을 넘어 ‘빅팩’으로 불리는 커다란 가방을 등에 메고 지하철 안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옆사람과 살짝만 부딪혀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출근길에서 백팩남은 기피 대상 1순위다. 백팩을 메고 살짝이라도 움직이면 옆사람들은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다. 키가 작은 사람은 얼굴에 가방을 맞을까봐 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이어폰 줄이 백팩에 걸리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누군가의 편리함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안용성 산업부 기자 |
‘백팩 에티켓’은 단순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잠시 백팩을 내려놓으면 된다.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척추 건강을 위한 작은 실천이기도 하다.
안용성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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