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 드릴 테니 앞으로는 전화로 직접 주문해 주세요. 가게 문 닫아야 할 판이에요.”
#1. 대학생 최모(23·여)는 최근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치킨을 주문했다가 배달원에게 이런 부탁을 들었다. 배달앱은 메뉴 사진을 보거나 다른 이용자들의 후기를 읽는 데만 사용하고 주문은 직접 전화로 해달라는 것이다. 배달원은 “10% 넘는 수수료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2. 서울 잠실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요즘 배달앱 때문에 근심이 크다. 몇 달 전 광고를 위해 한 배달앱에 가게를 등록한 후 앱을 통한 주문이 늘어 전체 매출은 올랐지만, 중개 수수료가 너무 높아 실제 손에 쥐는 액수에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1만5000원짜리 기본 메뉴를 판매하면 순이익이 5000원이 채 안 되는데, 그 중에 3000원 정도가 수수료로 빠진다”며 “등록을 중단하고 싶지만 다른 가게들이 등록하고 있어 발을 빼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3. 직장인 박모(33)씨는 요새 야식을 주문할 때 번거롭다. 예전에는 배달앱을 켜고 곧바로 전화번호를 눌러 주문을 했는데 최근 일부 언론에 나온 보도를 본 뒤부터는 상호명을 포털 사이트에서 다시 검색해 전화번호를 찾은 뒤 전화를 건다. 배달앱 수수료가 높아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 기분이 든다.
이용자의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인근 배달 업체 정보를 제공하는 배달앱이 요즘 식당업자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문과 결제의 편리함 때문에 수년째 고공 성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앱 업체가 부과하는 높은 수수료에 대해 반발도 커지고 있는 것. 문제가 커지자 중소기업청은 배달앱 등 소상인에 대한 온라인 수수료 체계에 대해 대대적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 배달앱 평균 결제수수료 약 16.5%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1년 6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음식 배달시장은 소득수준 상승과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올해 1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이 가운데 배달앱을 통해 발생하는 주문은 약 1조원 정도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메뉴 탐색부터 주문·결제까지 가능한 데다, 다른 이용자들의 후기나 평점 등을 보고 주문할 수 있고 포인트 혜택까지 줘 배달앱 이용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한때 수십개업체가 난립했던 배달앱 시장은 현재 점유율 1위인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3파전으로 굳어진 상태다. 세 업체가 배달앱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배달음식점 운영주들은 그 중 하나라도 등록하지 않으면 다른 가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가맹업주들이 배달앱 업체에 내는 수수료는 크게 등록비(회원비)와 바로 결제 시 내야 하는 수수료로 나뉘는데, 등록비는 매달 3만3000~7만7000원에 달한다. 금액이 높을수록 더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된다. 요기요는 등록비가 없는 대신 타 업체들보다 바로 결제 수수료가 높다. 바로 결제 수수료는 세 업체 평균 약 16.5%로, 1만원짜리를 판매했을 때 최대 2400원이 부과된다. 이처럼 수수료 부담이 크다 보니 배달앱 가격을 매장가보다 1000~2000원 높게 책정하거나, 직접 식당으로 전화 주문하면 앱 가격보다 할인해 주는 업체가 늘고 있다.
◆ "배달앱 업체, 수수료 결코 비싸지 않다"
배달앱 업체들은 수수료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며, 과거 효과가 불확실했던 전단지 배포보다 수익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높다는 지적은 바로 결제를 이용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전화로 주문할 때는 등록비 외에 추가적인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며 “여기에 가맹업소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단말기를 무료로 지급하고 동영상 광고를 제작해 주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배달통은 올 4월 기존 11%던 최저 수수료를 8.8%로 낮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필수 광고 채널이 많아진 탓이 크다. 한 앱에 중복 광고를 올려 경쟁력을 점하려는 업주도 적지 않다. 실제 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는 중구와 종로구에 총 7개 지점이 있지만 한 배달앱에 게재된 중구와 종로구 관할 해당 치킨 업체 수는 11개다. 최소 4곳에서 중복 광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블로그·전단지 광고 등 광고 채널이 많아진 것도 자영업자의 순수익을 갉아먹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힌 중국음식점 점주는 “우리는 배달앱 광고를 안하는데 옆가게에서 하면 옆 가게에 손님을 빼앗긴다”며 “(배달앱에) 가입하자니 수수료가 비싸고, 가입 안하면 손님을 뺏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달 치킨점 점주는 “최근 배달앱이 여러개 생겨나서, 우리가 어찌보면 손실을 입는 꼴”이라며”이런 어플 없어도 얼마든지 영업할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배달음식 업계 영세성 고려…결제수수료 조율 필요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배달앱 관련 수수료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선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배달앱 업체들의 수수료 실태에 대한 분석에 착수하고 이르면 올해 중으로 수수료 인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배달앱 업체들은 이제 음식배달 시장에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배달통은 이미 주문·배달 서비스의 대상을 꽃배달이나 세탁소·택배 등 생활편의 상품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를 보면 "배달앱 업체들이 기존 노하우를 활용해 취급 영역을 넓히려 한다"면서 "전단지의 대체품에서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다만 이들 업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우수 등록 업체와의 안정적인 관계 확립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배달음식의 낮은 이윤 대비 과도하다고 지적되는 결제수수료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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