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롯데그룹은 한국은 차남 신동빈 회장이, 일본은 신동주 부회장이 나눠서 경영해왔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의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회사다. 따라서 신 회장이 형을 밀어내고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 회장’에 오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럴 경우 자칫 ‘형제의 난’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 주요 계열사 지분을 행사할 경우 형제간에 지분 전쟁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회장이 28%,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각각 20% 안팎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을 통해 복잡하게 얽힌 구조로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밀려남에 따라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짜일 전망이다. 신 부회장의 퇴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신 총괄회장 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룹을 차남에게 맡기겠다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드러난 셈이다.
이미 항간에는 후계구도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신 부회장이 2013년 8월부터 1년 동안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롯데리아 같은 식음료 계열사를 갖고 있다.
또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 12개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현재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3.92%로 신 회장(5.34%)보다는 적지만 1.4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장남인 신 부회장이 한국 사업 일부를 욕심냈고, 부친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게 아니냐는 설이 나온 배경이다.
롯데 측은 신 부회장 경질 배경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장남이 주요 직함에서 물러난 것은 뉴스지만 그 내막을 몰라 어떻게 발전될지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지분 구조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후계구도가 바뀌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계는 신 부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퇴진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실적주의를 중시했던 만큼 한국 롯데에 비해 일본 롯데의 실적이 아주 좋지 않았던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경영에서 퇴진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인터넷 뉴스를 통해 신 부회장의 해임을 ‘창업자 장남 경영진에서 추방됐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산케이는 “창업자의 장남이 사실상 그룹 경영진에서 추방됨에 따라 향후 경영체제가 불투명해졌다는 견해도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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