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명령에도 고비용 부담 접종 안 해
미세결절 생기는 이상육 피해도 우려, 비육돈 예방접종조차 무시하기 일쑤 백신 접종률이 100%를 넘었는데도 구제역이 발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역당국의 검사결과 구제역이 발병한 축사의 항체형성률은 0%이거나 낮은 경우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백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일축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구제역 백신은 O형 고역가(방어력이 높은 고농도) 백신으로 유럽연합(EU)의 기준을 통과한 효능이 이미 검증된 제품”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항체형성률이 낮은 것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잘못 접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4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진천의 돼지농가의 경우 축사 2개 동에 있는 어미돼지 백신 항체형성률은 35.8%였다. 백신이 제대로 접종되지 않은 것이다. 이 농가의 나머지 8개 동의 항체형성률은 평균 89%로 양호했다. 앞서 작년 7월 첫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 의성 농가의 6개 축사 중 3개 동에서 또 구제역이 발병했다. 방역당국은 예방접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돼지 600여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비육돈에 대한 긴급 예방접종조차 무시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13일 구제역 의심 신고를 한 충북 진천의 돼지농가의 경우 비육돈 검사 결과 백신 항체형성률이 10∼18%에 불과했다. 이 농가는 지난달 6일 긴급 백신접종 명령이 내려졌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달 27일 구제역 신고를 한 충북 청주 돼지농가의 비육돈 세 마리는 항체형성률이 0%였다. 이 농가는 돼지에 1차 백신접종을 하고 지난달 15∼26일 긴급 백신접종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방역당국은 농가가 거짓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종=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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