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연말정산에 서민부담 2배…환급받아도 '증세'
내년까지 납세협력비용 15% 감축목표도 '물거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연말정산 관련 당정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우리 국민들이 납세의무를 다 하기 위해 자비로 부담하는 납세협력비용은 한해 10조원에 달한다. 올해 연말정산이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지게 되면 이 규모 역시 2배로 커지게 된다.
22일 국세청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납세협력비용은 9조8878억원으로, 직전 집계였던 2007년 7조6300억원보다 2조2600억원가량 증가했다. 이는 총세수(180조원)의 5.5% 수준으로 국민 한사람이 세금 1000원을 내려면 관련 비용으로 55원을 지출한다는 의미다.
납세협력비용(Tax Compliance Costs)이란 증빙서류 수수 및 보관, 장부기재, 신고서 작성·제출, 세무조사 등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도중에 납세자가 지게 되는 세금을 제외한 경제적·시간적 제반비용을 말한다.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면 납세자에게는 세금이 감소하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감세효과가 있다. 국세청도 납세협력비용은 제2의 세금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연말정산간소화시스템 확대, 전자세금계산서 도입, 신고·납부제도 개선 등 납세협력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제2차 납세협력비용 측정결과. 자료=국세청 |
이때 국세청은 1·2차에 걸친 납세협력비용 추계결과를 기초로 세금 1000원당 55원인 납세협력비용을 내년까지 47원으로 향후 5년간 15%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번 연말재정산으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두 번의 연말정산으로 인한 납세협력비용은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한 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인 376조원의 5.3%에 해당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수입을 221조5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어 총세수 대비로는 약 9%다.
다시 말해서 우리국민 1인당 세금 1000원을 내기 위해 종전의 2배 가까운 90원을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2차 납세협력비용 측정결과. 자료=국세청 |
소득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납세협력비용이 가장 많이 투입된다는 점은 서민들이 연말정산을 받기 위해 본인의 소득 및 지출 항목을 신고하면서 치러야 하는 개인 돈이 최대로 쓰인다는 뜻이다.
세목별 세수대비 비율도 소득세 9.34%, 법인세 5.89%, 부가가치세 5.14% 순으로 소득세가 1위였다. 특히 소득세가 높은 이유는 소득세 납세인원 가운데 영세납세자의 수가 다수인 까닭이라는 게 조세연구원의 분석이다.
현재 정부는 연말정산 보완대책으로 연금보험의 공제한도는 유지하되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생·입양에 대한 세액공제(30만원 한도)가 재도입되고 자녀세액공제는 지금보다 자녀별로 5∼10만원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대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면 지난해 소득분까지 오는 5∼6월경 월급 통장에서 소급적용을 받아 환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가 연말정산에 납세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국민 개개인의 납세협력비용 부담이 2배로 늘면서 환급을 받더라도 실제로는 ‘증세’나 다름없는 결론이 나온다는 지적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부실한 세수 추정으로 근로소득자 전원을 혼란에 빠뜨린 개정세법 전부를 원천무효로 돌린 뒤 시간을 두고 세법 개정안을 재논의,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세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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