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AIIB 가입 여부는) 한국이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책임질 적합한 방법으로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AIIB 가입 움직임에 사실상 우려의 뜻을 밝힌 것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에서 세계일보 기자를 포함한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리퍼트 대사는 최근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이 충돌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대화의 속도와 범위에 대한 우려는 없다”면서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틈이 없으며 우린 한국 정부에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나 박 대통령이 조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그런 조건이나 여러 가지 여건을 붙이는 쪽”이라면서 “목표 자체가 남북대화의 재개라면 우리가 보기에 한국은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은데 북한 쪽에서 조건이나 여건을 붙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리퍼트 대사는 북한과 쿠바를 비교하며 “지난 6년 동안 미국 행정부는 쿠바, 이란, 미얀마 등 진지한 자세가 있는 대화상대자와는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서 “북한이‘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진정성 있고 믿을 만한 협상을 할 준비가 있다면 다른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 “지금까지 청와대, 외교부, 국방부 등 제가 다닌 모든 회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임박한 이슈가 아니다”면서도 “사드 자체에 대해 평가한다면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전후 70년 ‘아베 담화’에 과거사 반성 문구를 넣지 않을 수 있다고 시사한 것과 관련, “우리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사과한) ‘고노 담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속 지지하는 입장”이라면서 “이 두 담화가 이 사안과 관련해 밑받침되는 두 개의 중요한 담화라고 미국은 계속해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담화에 고노,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미국의 역할은 한·일 양국을 공식적으로 중재하는 게 아니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와 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태어난 자신의 첫 아들 ‘세준’을 돌봐줄 사람으로 한국인을 구했다면서 “(보모가) 한국말로 세준이에게 말해 줄 예정인데 저보다 조만간 아기가 한국말을 잘하게 될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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