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운데)가 5일 테러를 당하기 직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초청 강연회에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 = 연합 |
서울중앙지검(지검장 박성재)은 이날 대공 및 대테러 업무를 담당하는 공안1부(부장검사 백재명)에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수사 지휘를 일반 형사사건 담당부서가 아닌 공안부서에 맡긴 데 대해 “주요 외교관에 대한 심각한 피습 행위로 테러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종로경찰서에 꾸렸다. 경찰은 이날 김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며, 휴대전화 문자와 통화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장도 신청했다.
검찰과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배후 유무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현재 피의자 신분인 김기종씨는 단독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배후를 비롯한 추가 관련자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씨가 활동했던 단체의 관계자, 주요 접촉 인물 등이 수사 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수사기관은 김씨가 범행 전후에 보인 일련의 행태를 근거로 이번 범행이 반미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6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범행 직전 ‘전쟁 훈련 중단’과 ‘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요구하는 A4 용지 크기의 유인물을 옆에 앉아 있던 참석자에게 전달했다. 유인물에는 “남북 대화 가로막는 ‘전쟁 훈련’ 중단하라! 우리나라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켜라”며 “광복 70주년이라면서 군사주권 없는 우리의 처지가 비통할 뿐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테러한 김기종씨가 5일 범행 현장인 서울 세종문화회관 강연장에서 붙잡한 뒤 경찰차로 끌려가고 있다. 사진 = 연합 |
김씨는 이날 오전 8시10분쯤 서울 종로경찰서로 연행돼 들것에 누운 채 약 3시간 조사를 받은 뒤 오전 11시쯤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구급차로 옮겨지면서도 취재진에 “전쟁 훈련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나지 못했다”며 “전쟁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치료를 위해 적십자병원으로 옮겨진 후에도 “예전에 팀스피릿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된 적이 있다”며 “이번 키리졸브 훈련도 꼭 중단시켜야 하기 때문에 내가 희생을 했다”고 되풀이했다. 이어 “강연에 초청을 받고 지난 10일 동안 범행을 계획했다”며 “혼자 계획한 일”이라고 배후는 없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평소 ‘종북’ 성향을 보인 김씨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범행을 자행한 뒤 단독범행을 주장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왜 폭력을 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쟁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전쟁보다 더 큰 폭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수사에 배석한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미국에 경종을 울리려 한 것이지 (리퍼트) 대사 개인에게는 감정은 없으며, 상처가 그렇게 깊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김씨의 범행이 단독범행이며, 그가 이번 범행을 ‘일종의 상징적 테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성호·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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