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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빚 걱정보다 디플레 막기… 효과 미지수

입력 : 2015-03-12 19:19:01 수정 : 2015-03-13 00: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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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75%로 낮춰 사상 최저…李총재 “성장세 기대 못 미쳐”
전문가들 긍정·부정론 팽팽…주식·외환시장 큰 반응 없어
한국 경제가 ‘기준금리 1%시대’에 들어섰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2.00%에서 1.75%로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보다도 낮은 사상 최저 금리다.


전망보다 미약한 경기 회복세와 낮은 물가 흐름이 금리 인하 결정의 이유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세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 상승률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 외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흐름과 한은 바깥의 거센 금리 인하 압력도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 전날 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주문할 정도로 외부 압력이 셌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연1%대로 낮춘 12일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화면을 통해 외환 시세 등을 살펴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한은이 압력에 떠밀려 원치 않는 결정을 했다고 보는 건 억측일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금리 인하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된 지 오래다. 경기회복을 촉진하는 반면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키우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미국 금리 인상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금리 인하 효과 논란, 찬반 논쟁이 지속되는 이유다. “무조건 효과 있다”(정부 고위관계자)는 긍정론과 “단기부양을 위해 중장기 위험을 키우는 일”(박승 전 한은 총재)이라는 부정론이 팽팽하다. 이 총재도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가계부채 급증세를 걱정하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날 총재 포함 금통위원 7명 중 2명은 동결을 주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정탁 기자
시장 반응에서도 큰 기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증시가 웃는데 이날 코스피는 1970.78로 10.05(0.51%)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126.50원으로 3.90원(0.35%) 올랐을 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달리 쓸 카드가 없으니 한은에 금리라도 내리라고 압력을 넣은 것일 텐데, 요즘 누가 금리 내린다고 경기가 살 거라고 보느냐”고 말했다.

이런 회의론의 중심에 ‘유동성 함정’ 진단이 있다. 증권 독립리서치사 올라FN 강관우 대표는 “우리 경제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지 오래”라며 “기준금리를 1%대로 낮췄다고 소비와 투자가 늘 상황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지금 금리 내리고 돈 풀어서 경기가 살 것 같으면 무슨 걱정인가”라며 “부동산 경기를 기대했겠지만 옳은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뱃세 인상분을 빼면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건 마땅하며 금리 인하 효과는 있을 것”고 말했다. “기업투자가 늘진 않겠지만 금리 인하로 생긴 여력으로 임금을 올리고 이자상환 부담을 던 가계는 소비를 늘려 총수요가 늘 것”이라는 설명이다. 묘연한 건 가계부채인데, 전 교수는 “정부는 2017년까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약속 이행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빚 내기 좋은 저금리 환경에서 빚을 줄여야 하는 모순된 정책 부담은 이제 정부 몫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김수미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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