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벤처스타’로 선정된 기술벤처 3곳은 SK텔레콤의 미국 손자회사 SK이노파트너스를 통해 지난달 2∼20일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현지 벤처캐피털을 상대로 사업을 소개했고,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투자자로는 랩 나인과 인텔 소프트가 나섰는데, 이들 업체의 돈만 끌어낸다면 현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SK 측 전언이다. 랩 나인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제조업체 플렉트로닉스’의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투자전문 자회사이고, 인텔 소프트 역시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모회사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받게 되면 플렉트로닉스와 인텔과의 협업도 바라볼 수 있다.
대전 카이스트(KAIST) 내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기업 관계자들이 지난 1월30일 기술시연회를 연 뒤 대표 제품을 들고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황민영 MJV 대표(맨 오른쪽)와 박지만 엘센 대표(오른쪽 두번째)도 함께했다. SK그룹 제공 |
다른 입주기업인 엘센의 박지만 대표는 창업과 함께 세계시장에 진출하고자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출신인 박 대표는 기존 제품보다 크기가 작고 전력소모는 적으면서도 성능이 높은 반도체의 설계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내달 법인 설립을 마치고 하반기 KIC를 통해 실리콘밸리에 진출할 예정이다. 그는 “반도체 수요가 많고 이를 기반으로 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에 대한 규제가 덜한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부터 공략할 생각”이라며 “국내는 아무래도 시장이 작아 R&D에 무게를 둘 작정”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시제품을 만들려고 공정을 구축해 돌리려면 억대 비용이 드는 게 현실. 박 대표는 “SK하이닉스 쪽에서 도와주고 있어 비용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품이 나오면 SK에서 마케팅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니 시장개척에 취약한 창업기업에는 그만 한 원군이 없다”고 덧붙였다.
10달러짜리 초소형 나노 분광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입주업체 나노람다는 SK텔레콤의 파트너로 지난달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가해 130여건의 현지 미팅을 가진 데 이어 국내로 돌아온 뒤에도 해외 업체 3곳과 구매협상을 진행 중이다. 분광센서는 광학기술을 통해 사물을 분석하는 기기로, 인체나 음식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이 업체는 인디고고를 통해 온라인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1000달러 이상 내놓겠다는 투자자 2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2월 유네스코로부터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그랑프리’로 선정된 열전소자 기술을 자랑하는 입주업체 테그웨이에도 국내외 투자 문의가 쏟아졌다. 이 업체는 조만간 첫 시제품 ‘손목밴드형 스마트 기기 충전기’를 내놓고 SK와 함께 사업화에 나서기로 했다.
SK는 당장 해외진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지역 벤처에도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일부 기업과는 사업 제휴, 투자유치 협력 파트너십을 맺었고, 향후 센터에 입주시켜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벤처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무역업체와 연결해주는 등 공동 판로 개척에 나서는 한편 이들 업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 수요를 파악해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대전=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