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로 지구를 지키는 남자가 있다. 2일 서울 강남의 사옥에서 만난 ‘트리플래닛’ 김형수(사진) 대표는 스마트폰 화면 속 ‘아기나무’에 손가락을 문질러 물을 주며 신이 난 얼굴로 ‘나무 이야기’를 시작했다.
‘트리플래닛’은 사용자가 게임 속 가상 나무를 키우면 사막이나 자투리 땅에 실제 나무를 심어주는 게임회사다.
이돌 그룹 ‘비스트’ 멤버 양요섭의 팬들이 기금을 모아 트리플래닛이 조성한 캄보디아 ‘양요섭 숲’에서 지역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 대표는 “스타숲에 찾아와 나무를 껴안고 행복해하는 소녀들이 많다”며 “최근 윤중로에 만든 숲이 어떻게 자랐는지 확인하러 갔는데 태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찾아온 해외 팬들이 숲 주변을 청소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학창 시절 ‘다큐멘터리 마니아’였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환경이 빠르게 파괴돼 가는 현실을 동시에 느꼈다”는 김 대표는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려고 했다가 영상매체 만으로는 환경파괴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느껴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기업에서도 러브콜이 많이 온다”며 “올해 20개 국가에 200개의 숲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해외에 심은 과일나무에서 나는 과일들을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들고 싶다”며 “자급자족해서 지역주민들이 소비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에 상품을 팔아서 수익이 생기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플래닛 게임 사용자들이 온라인상에서 키운 가상 나무가 한화그룹의 지원으로 중국 닝샤에 실제로 심어지고 있다. |
그는 “내가 하는 사업을 통해 사람들이 ‘지구를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다 같이 나무를 심다 보면 10년, 20년이 지나 지금과는 다른 지구가 돼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얼굴 위로 장 지오노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소설속의 부피에는 야생 라벤더 외에는 아무 것도 자라지 않던 황무지를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숲으로 변화시켰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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