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고등학교가 최근 6개월 사이 교내 자살사고가 2건이나 발생하자 교도소를 연상케 하는 철망을 난간에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숨진 학생들은 성적 압박과 학교의 강압적인 교수 스타일을 못 견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베이(河北) 성 헝수이(衡水) 시에 위치한 헝수이 제2고등학교는 재학생 수가 1만명, 근무 중인 교사는 500명에 달한다. 건물은 사방을 둘러싼 형태로 세워졌으며, 내부 정중앙에 운동장이 자리한다.
이 학교는 현지 ‘TOP 10’에 드는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자녀를 이곳에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의 행렬이 여기저기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 비치는 명성과 달리 이 학교에서는 작년 10월과 지난 3월, 총 2건의 교내 자살사고가 발생했다. 학교의 강경한 교육정책을 견디지 못한 3학년 학생들이 난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학교의 정책은 군대를 연상시킨다. 기숙학교 식으로 운영하는 이곳은 매일 오전 5시30분에 학생들을 기상시키며, 이후 10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점심시간은 단 15분이다. 쉬는시간도 3분에 불과해 학생들은 이 시간 동안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학생들은 3주에 단 하루의 휴가가 주어져 외부에 나갈 수 있다.
특히 3학년 학생들은 매년 신학기를 앞두고 운동장에 모여 선서식을 진행한다. 이들은 “나는 반드시 성공한다!”며 크게 외친다.
학교 내부에는 ‘매 수업과 질문에 충실히 응해 반드시 대학에 합격한다’는 걸개가 걸려있다. ‘시험 기계’를 양성하는 공장이 떠올라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다.
교내 철망사진은 지난 16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한 네티즌이 공개하면서 급격히 퍼지기 시작했으며,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초로 학교 사진을 게재한 네티즌은 “학생들이 자살하는 것을 막으려 학교가 난간을 설치했다”며 “꽤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 같다”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게 정말로 학교냐”며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기 위해 학교는 스스로 ‘교도소’처럼 보이는 길을 선택했다”고 비꼬았다.
헝수이 교육당국 관계자는 현지매체에 “웨이보에서 학교 사진을 확인했다”며 “정확한 경위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웨이보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